조문 거부 당한 이 총리-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유족의 항의로 조문을 하지 못한 채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 朴대통령 순방기간 내치 대행
- 버텨봤자 '한시적 총리' 관측

'성완종 폭로'의 핵심으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전혀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한다"며 총리직 수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인 이날 경기도 안산의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도 찾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 직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단독 면담에서 이 총리 거취 등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가 언제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총리직 수행 강한 의지

이 총리는 이날 거센 사퇴 압박에도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현재로서는 이 총리가 '국정 2인자'로서 박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을 순방하는 이날부터 27일까지 내치(內治)를 대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대통령 순방 기간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 머무르며 총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 기간 일정을 빼곡하게 잡아놨다. 19일에는 4·19 혁명 기념식에, 20일에는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다. 21일 과학의 날·정보통신의 날 기념식 참석 일정도 잡혀있다. 22일에는 사우디 석유부 장관을 접견한다.

이 총리가 이날 경기도 안산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분양소를 전격적으로 찾은 것도 총리직 수행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총리는 이날 유족들의 항의에 조문을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거취 임박' 신호 감지

이 총리가 총리직 수행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의 '12일짜리 한시적 총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당·정·청 안팎에서 이 총리의 의지와 다른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면담 직후 브리핑에서 "(이 총리 사퇴를 포함한) 당내외 분출되는 의견에 대해 모두 말했고, 박 대통령은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 "(이 총리의 관할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장관은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이 총리가 법무부를 관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과 관련, "행정업무는 총리가 통할 수 있지만 수사업무는 총리가 통할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 총리가 "가장 먼저 수사를 받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황 장관은 "본인이 수사를 받겠다고 해서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돼야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과거 친이(이명박)계·소장파·쇄신파를 중심으로 이 총리 사퇴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총리가 총리직 사퇴를 거부하고 끝까지 버틸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