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된 이완구 총리 사퇴여부에 대해 "(중남미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순방을 마치고 오는 27일 귀국한 이후 이 총리 사퇴를 포함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며, 사실상 해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특별검사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40여 분간 회동, 이 총리 사퇴촉구 목소리를 비롯한 '당 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을 전달받은 뒤 "잘 알겠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고 김 대표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고, 특별검사 도입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은 의혹 해소를 위해 어떤 조치도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총리직을 갖고 수사를 받게 되면 의혹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모든 이야기를 다 했다"고 말해 이 총리 자진사퇴론에 대한 의견도 전달했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일을 부정부패를 확실히 뿌리 뽑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고, 이어 "아울러 공무원연금개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관철해야 한다"면서 "일자리 창출 법안들, 여러 민생경제 법안들을 4월 국회에서 꼭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이날 회동은 중남미 순방을 앞둔 박 대통령이 출국을 앞두고 현안에 대한 당 대표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제안해 이뤄졌다. 이와관련,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 총리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시한부 국무총리'가 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한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