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홍원(왼쪽 두 번째) 국무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자체별 현황 한눈에 파악 가능
- 정보포털 통해 일반에 전면 공개

- 온라인 쇼핑몰 회원 가입 간소화
- 기존 종이영수증 '전자'로 대체

- 학교·도서관 같은 도시 인프라에
- 서점·공연장 등 편의시설도 허용

- 공장증축 완화 등 설익은 정책에
- 비수도권 보호장치 붕괴 지적도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정부가 보고한 규제개혁 내용은 경제활성화와 국민편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도서관에 공연장 등 편의시설 설치가, 오래된 터미널 주변에 영화관 쇼핑몰 등이 허용되고 부동산 거래계약도 전자문서화하는 등이다. 하지만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규제완화'의 빗장을 푸는 내용도 포함돼 국토 불균형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규제 지도 작성·정보포털 운영

미래창조과학부는 온라인 쇼핑몰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 회사가 소비자에게 주민등록번호 등 과다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기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쇼핑몰 외에 일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외국인의 회원 가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영수증을 발급해 하루 수천만 장이 낭비되는 종이영수증을 전자영수증으로 대체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하루 평균 종이영수증 발급 건수는 2935만 건으로 매년 1950억 원이 소요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시·군별 규제 수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규제지도를 제작해 지자체 간 규제개혁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보전관리지역 용적률이나 개발행위가 가능한 경사도 기준 등 65개 항목을 설정하고 이를 전국 시·군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색깔로 분류하면 기업이나 개인이 해당 지역의 규제가 높은지 혹은 낮은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지방규제정보지도는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에 3일부터 가동했다.

지자체 규제를 없애기 위해 안행부는 조례나 규칙 등 총 5만2000건에 달하는 지방 규제 가운데 10%인 5200건을 연말까지 없앨 예정이다. 법령에 근거가 없거나 개정법령이 반영되지 않은 규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 내부 지침 등 숨은 규제로 안행부는 지방 규제를 분류했다.

정부는 또 학교 도서관 등과 같은 도시인프라 시설에 어린이집, 서점, 소규모 공연장 등의 편의시설을 넣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오랜 기간 미조성된 도로·공원 부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지정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설익은 수도권 규제완화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이 이날 회의에서 보고한 녹지지역과 관리지역(개발완충지대)의 기존 공장 증축 허용범위를 배가량 늘리는 정책(건폐율 40%까지)은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별 현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설익은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시·도별 정확한 데이터가 없고 용도지역 지정 이전의 현황을 갖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는 4000여 곳"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녹지·관리지역 공장 증축 건폐율의 한시적 상향에 대해 약 20%인 800여 곳이 향후 2년 내에 공장 증축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광역자치단체별, 수도권 대 비수도권별 파급 효과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에 대한 보호장치 없이 빗장이 풀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이해남 사무처장은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완화 정책들 가운데 수도권 규제완화도 섞여 있다. 관련단체들의 의견수렴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