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5층 당선인 사무실에서 취임을 앞두고 시정 방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복지·교육도 '일'에서 시작

- 시장 직속 위원회 설치 등 통해
- 민간 부문 글로벌 대기업 유치
- 시민이 월급 더 받는 일에 전력
- 세수 늘면 사회 전반으로 재투자

# 모든 현안은 '시민 뜻'대로

- 구덕운동장 역사성 살려 재개발
- 신공항은 정무·정치적 판단 배제
- 대통령뿐 아니라 대구와도 협의
- 지역에 진정한 도움되도록 대응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지난 4일 당선 이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언론사 인터뷰를 하거나 행사에 참석하는 횟수가 하루 10건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한 가지는 잊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그가 가장 중시하는 일자리다. 그는 부산에 일자리가 많아지면 모든 것이 좋아지는 '일자리 만능론'을 신봉하고 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5층에 위치한 당선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재임 기간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일자리다. 일자리는 나의 시작이자 끝이다. 내가 구상하는 일자리는 그동안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만든 것하고 다르다. 이렇게 해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민간 부분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제조업 등 뿌리산업을 비롯해 금융 관광 마이스(전시컨벤션) 등 서비스 산업 쪽에서도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이런 것이 안정되고 괜찮은 일자리다. 이를 위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끊임없이, 꾸준히 조성하겠다. 무엇보다 글로벌 대기업을 부산에 유치하겠다. 선거 기간 밝혔던 일자리 20만 개는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것이다. 수치에 얽매이지는 않겠다. 수치 자체보다는 부산 전체에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겠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은 저절로 부산을 찾는다.

-좋은 기업 유치하려면 당근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특혜를 남발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다. 시민이 월급을 받고, 주변 상가가 기업 때문에 장사를 잘 한다면 인센티브 주는 것보다 시민이 받는 것이 더 많게 된다. 문제 될 것이 없다. 시민들에게 기업 유치로 생기는 효과를 잘 설명한다면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있나.

▶(조금 뜸을 들인 후) 홍보가 중요하다. 그동안 부산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좋은 기업 유치단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을 찾아가겠다. 부산의 교육과 자연환경, 편의시설,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환경이 이렇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주변의 평가를 종합하면 부산은 국내 다른 도시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홍보 외에도 우리가 준비할 게 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부산이 싱가포르·홍콩과 비교할 때 유독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언어다. 부산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말을 들어 보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대화가 안 된다는 점이다. 외국 기업이 투자할 때 직원의 정주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도 외국을 선택할 때 마찬가지다. 후진국은 잘 가려고 하지 않는다. 얻을 게 있어야 하고, 자식 교육하기 좋아야 하고,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일자리의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

-당선인의 말을 들어보면 일자리가 모든 것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 그렇다! 시민의 월급이 많아지고 장사가 잘 되면 세금이 많이 걷히고, 이를 복지에 투자하게 된다. 이런 돈으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각종 인프라에도 재투자가 가능해진다. 교육에 투자할 여력도 생긴다. 일자리가 없으면 이 모든 것이 안 생긴다. 이제 부산은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잘하려면 하나도 안된다. 적어도 일자리 부분은 부산이 일등이라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일등은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과거 국가의 발전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일자리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

-일자리와 관련한 부서의 역할이 커지는 것인가.

▶당연히 커진다. 시장 직속으로 일자리 위원회를 만든다. 여기에서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모은다. 여기에는 민간 전문가의 의견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위원회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실무 추진단도 설립한다.

-이런 중책을 누구한테 맡길 것인가.

▶(웃으며) 아직 공개하기는 이르다. 젊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겠다.

-최근 구덕운동장의 재개발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어떤 방안을 구상하고 있나.

▶지은 지 40년 이상 지난 만큼 리모델링하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 서구청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돔 야구장을 만든다든지, 시민생활체육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다. 서구민과 부산 시민이 어떤 방향으로 재개발을 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에 맞춰 예산을 지원하겠다. 돔 야구장 방안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흠이다. 야구를 위한 시설만으로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전체적인 개념을 잘 잡아야 한다. 허구연 씨가 두 팀이 들어가서 움직이면 연간 18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구덕운동장이 부산 체육의 상징인 만큼 개발할 때 역사성을 살리는 작업은 반드시 하겠다.

-신공항 문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1국가 1허브 공항 정책'을 무너뜨리기 위해 영남 지역 광역단체장이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권영진 당선인과 당에서 여러 가지 사안을 의논한 적이 많았다. 대화가 되는 분이다. 나 역시 지금은 특정 장소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로 프로세스를 밟아 가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5개 지자체 단체장과 대화가 된다. 의논할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겠다. 신공항 문제뿐 아니라 어느 지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동으로 대응하겠다. 지역 이기주의로 가다가는 영남 지역 지자체는 하나도 얻지 못한다. 다만 신공항이 국가의 백년대계인 만큼 공항의 성격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국제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니면 사실 공항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정무적이고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자.

-신공항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이라고 보나.

▶박 대통령은 지방의 경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부정적이다. 세종시에 정부 청사를 옮긴 것은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인천에 허브공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남권에도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공항은 공약에서도 밝혔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하겠다고 언급했다.


# 북항재개발 2단계, 해양과기원 이전, 고리1호기 폐로…산적한 난제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처음부터 전략을 세워 슬기롭게 대응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무엇보다 신공항 건립은 지역 최대 현안이다. 당선인은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지만 만만치 않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영남권 항공수요조사를 하고 있다. 오는 8월이면 끝나고 9월부터 신공항 입지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 최근 서 당선인이 신공항은 가덕도에 유치돼야 한다는 말을 자주 꺼내면서 대구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영남 민심이 갈라지면서 신공항의 꿈이 무산된 이명박 정부 때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하기에 서 당선인에게 주어진 가장 힘든 숙제이다.

북항재개발 2단계 문제는 개발 방향을 아직 확립하지 못한 상태다. 부산시는 북항재개발 2단계 개발 예정지에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지만 해양 관광 위주로 개발하자는 지역 여론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당선인이 어떻게 정리할지 관건이다.

해양과학기술원(KIOST) 이전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의 마침표를 찍는 사안이다. KIOST 본사가 있는 경기도 안산의 시장 당선인이 몽니를 부리면서 이전이 난항에 빠진 상태다. 종전 부동산 매각이 14차례나 유찰되면서 이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규정을 개정해 대안을 마련하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열쇠다.

2017년 고리원전 1호기 폐로와 고리원전 지역에 원전 증설을 막겠다는 당선인의 약속 역시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지키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원전을 폐쇄한 경험이 없다. 당선인이 공약한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소를 부산에 어떻게 설립할지에 대한 밑그림도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