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세지향형-　지역 맡겼더니 중앙 유력 정치인만 졸졸
◇ 토목공사형-　혈세로 당장 표시나는 건설공사에 치중
◇ 아님말고형-　구·시의원 출마하며 공약은 대선후보급
◇ 색깔놀이형-　상대후보 이념 공세로 지역갈등 부추겨
◇ 보여주기형-　공약 뜯어보면 전시행정·이벤트로 치장

22일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유권자들은 13일간의 선거운동을 지켜보며 참지역일꾼을 가려내야 한다. 주민 생활과 직접 닿아 있는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보다 중요하다. 한 표를 잘못 던졌다간 4년간 고생한다. 본지 매니페스토 평가단(교수·전문가 등 19명)이 제시한 '뽑지 말아야 할 후보'를 유형별로 정리했다.

■출세 지향 하수인형

지역 살림 잘하라고 선택해줬더니 중앙당 눈치나 보며 주민을 외면하는 것만큼 꼴불견은 없다. 유력 정치인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며 출세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다. 고신대 남희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인맥과 관계라는 정치적 문제보다 기본적 윤리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지역을 위해 몸 바치겠다"고 약속했으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키라는 뜻이다. 출세에만 관심 있는 후보가 주민 민원을 해결해줄 리도 없다.

■대놓고 토목공사형

동의대 이기녕 음악학과 교수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잘 보이려고 빌딩을 올리고, 다리를 놓고, 아스팔트를 까는 후보는 지역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다. 그저 남의 세금으로 인심 쓰는 격이다. 부산외대 심재륜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안 된다"고 꼽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후보"도 같은 맥락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눈멀어, 미래에도 적용 가능한 정책을 개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 아니면 말고형

구의원, 시의원에 출마하고선 공약은 대선 후보급인 후보도 경계 대상이다. 평가단은 "절대로 장밋빛 공약에 속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영산대 이원일 행정학과 교수는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일단 붙고 보자'며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는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무맹랑한 공약,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건 후보도 피해야 한다. 매니페스토 평가 결과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빨강 파랑 색깔놀이형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무조건 '종북좌빨' '수구꼴통' 등으로 몰아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후보에 대해 평가단 모두 낙제점을 줬다. 지역의 안전과 화합보다 이념을 우선하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는 의미에서다. 평가단은 또 "주로 이런 후보들이 일만 벌여놓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사돈 남 말 하면서 강한 자에겐 비굴하고, 약한 자에겐 군림하려는 유형"이라며 주의를 요청했다. 정책선거를 실종시키는 주범도 바로 이런 후보들이다.

■일단은 보여 주기형

지금 부산에 가장 절실한 건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다. 따라서 평가단은 "산업 유치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이런 후보를 고르려면 내실 없이 겉만 화려하게 치장하는 후보를 찍지 말아야 한다. 경성대 이종문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전시행정 이벤트를 앞세우는 후보로는 부산의 미래를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집으로 배달되는 공약집을 찬찬히 읽어보고 후보 선택의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