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의원(왼쪽), 조길우 구청장

- 청사 이전 두고 주도권 다툼
- 이번 선거에서는 등 돌려

'정치적 동업자에서, 외나무다리서 만난 적으로'. 일반 사회 생활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정치판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부산 동래구의 이진복 국회의원과 조길우 구청장, 두 사람 사이만큼 이 말이 실감나는 경우도 드물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초 지방선거를 앞둔 어느 날. 이 의원과 조 구청장은 시내 한 음식점에 만났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시 시의회 의장이던 조 청장에게 동래구청장 출마를 권유한다. 이 의원은 전임 국회의원으로부터 공천받은 최찬기 당시 구청장 대신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마란스화장품 대표 출신으로 현직인 최 구청장의 경쟁력이 만만찮았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하는 선거이지만 대항마가 마땅찮았다. 고심 끝에 조 구청장 카드를 꺼낸 것이다. 조 구청장은 동래에서 5선 시의원을 지내고, 시의회 의장까지 올랐다. 주변의 신망이 두터운데다 행정능력까지 갖췄다. 부산시 의전 서열상 2위이던 조 청장은 이 의원의 이 같은 제안을 고심끝에 받아들였고, 결국 시의회 의장 출신 1호 구청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문제는 이후부터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이 부딪친 결정적 계기는 조만간 착공을 앞둔 동래역복합환승센터로 구청 청사를 옮기는 문제였다. 이 의원이 청사 이전을 자신과 상의없이 추진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이다. 가까스로 갈등이 봉합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이는 냉랭했다. 여기엔 이 의원은 당협 위원장인 자신이 지역 정치권의 수장이라고 생각하고, 반면 조 구청장은 부탁을 받아 구청장을 한데다 나이도 열살 이상 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한몫했다. 급기야 올초 조 구청장은 이 의원에게 현안 사업의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재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조심스레 밝혔으나, 이 의원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때마침 지역에서는 이 의원의 측근 인사가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조 구청장은 결국 지난 4월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당내 경선에 불참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최근엔 자신이 공언해온대로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