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회의실에서 6·4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김영춘(왼쪽) 전 국회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악수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오거돈 野후보라는 확신줘야"
- 金, 조건 안맞으면 무산 공언
- 吳도 '야합' 비판 우려 무대응
- 단일화 논의 당분간 물밑으로

- 金 캠프, 文·安에 도움 요청
- 여론조사서 吳에 크게 밀려
- 남은기간 단독행보로는 한계

30일 6·4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김영춘 전 국회의원은 경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원칙 ▷소신 ▷진정성을 강조했다.

김 후보의 이런 지론은 앞으로 무소속 후보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단일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생각할 겨를도 없다"

김 후보는 그동안 일관되게 단일화 필요성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분명한 전제조건이 있었다. "오 전 장관이 야권 후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거다. 김 후보는 특히 "오 후보에게 공개서약을 요구하겠다. 이를 거부한다면 둘 다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에게 밀려)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단일화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 후보의 소신은 경선 투표일 직전까지 이어졌다. 권리당원 중 기존 안철수 공동대표 측 세력이 '조기 단일화에 적극적인 후보에게 몰표를 준다'는 설이 나돌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김 후보는 투표 전날에도 "후보 등록일(5월 15, 16일) 이전 단일화는 시간상 불가능한 국면이 됐다"고 주장했다. "제1 야당 후보로서 독자 행보를 해 시민 지지를 극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단일화 논의가 급박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무소속 오 후보 역시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며 협상 자체를 제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고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야합' '도로 민주당' 등 새누리당 후보의 무차별 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김 후보와 오 후보 둘 다 먼저 단일화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하지만 김 후보와 오 후보는 선거가 양자 대결로 치러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김 후보는 공식 후보 등록일까지 독자 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는 데 온 힘을 쏟을 방침이다. 현재 지지율에서 앞서 나가는 오 후보와 격차를 줄인 다음 단일화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김 후보는 이날 후보 선출 직후 "우리 캠프는 지금 단일화를 고려하지도, 논의하지도 않고 있다"며 "'단일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주위의 관측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문재인·안철수 역할 주목

문제는 김 후보의 지지율이다. 물론 후보 선출 전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의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 오 후보에게 큰 격차로 밀렸다. 여기에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경선에서 시민 여론조사는 물론 후보 선출대회까지 진행하지 못하면서 컨벤션 효과도 날아갔다. 남은 기간 김 후보의 단독 행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김 후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관심사다.

김 후보 캠프는 안 공동대표 지지자들의 '표' 상당수가 오 후보 쪽에 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결국 이 표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선 안 공동대표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오 후보 영입에 공을 들였던 안 공동대표는 정작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겐 별 신경을 쓰지 않아 당내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김 후보의 경선 승리를 놓고 "'안심(安心)'이 김 후보 쪽으로 움직였다"는 당내 해석이 나와 분위기 반전도 예상된다. 안 공동대표 입장에서도 제1 야당이 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거나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부산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안 공동대표와 2017년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문재인 의원도 부산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 '단일화 앙금'을 남긴 두 사람이 먼저 '진정한 단일화'를 이뤄내야 부산시장 후보의 지지율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야당 안팎의 분석이다. 문 의원은 김 후보와 함께 오는 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다. 김 후보 캠프 측은 "문 의원의 지역구이자 안 공동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두 분의 도움은 중요한 요소다. 반드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