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지방 80 대 20 고착화
- 공동사무 국정 효율성 저하
- 자치경찰·교육·특별행정 등
- 실생활 업무 이관 수수방관

- 취·등록세 등 지방세 감면 강행
- 지방예산 중 사회복지비 급증
- 재정자립도 50%대 초반 추락
- 기초단체 절반 인건비조차 허덕

중앙정부와 중앙정치에 짓눌린 지방자치 24년은 지역민의 외면 속에서 '빈 껍데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24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중앙정부·정치권의 자치권 제한'→'허울뿐인 자치'→'주민 외면'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위해 다양한 정책과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방선거전이 다가올수록 중앙정치권은 지역별 후보 간 대진표와 득표의 유불리만 따지면서 정치공방만 벌일 뿐이다. 이른바 '2할 자치'로 불릴만큼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권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은 외면하고 있다. 그나마 일부 제기되는 이슈들도 동남권 신공항과 해양수도 건설 등 주로 지역개발 공약에 그치고 있다. 정치권이 역대 선거에서 우려먹은 공약을 재탕삼탕하는 수준을 벗어나 지방자치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주민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할 자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과 재정이 모두 각각 80 대 20의 비율로 구조적으로 고착화돼 있는 것을 대변하는 용어다. 이명박 정부 때 지방분권업무를 총괄했던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 소속기구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로 통합되기 직전에 펴낸 '지방분권 백서'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철저히 중앙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09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법령상 사무총조사 결과 국가사무(3만3864건)와 지방자치사무(8452건)의 비중은 8 대 2 수준이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분권요구가 거세지자 김대중 정부 때부터 국가사무의 일부를 기관위임(1063건) 또는 단체위임(152건)이나 국가와 지방의 공동사무(2324건) 형식으로 지방정부에 넘겼으나, 대부분 단순집행 사무여서 자치권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정부에 위임된 사무나 국가-지방 공동사무는 오히려 중앙-지방 간 사무의 역할분담을 불명확하게 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작 지방정부가 시민의 실생활과 관련해 필요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중심 개편, 자치경찰제 도입, 교육행정 개선, 대통령-시·도지사 고위 정책협의회 등 자치권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매칭방식으로 공동부담하는 2013년도 0~5세 무상보육예산 3조6157억 원을 늘릴 때도,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0년 취득세와 등록세 등 지방세 감면율을 16.3%에서 23.2%로 확대할 때도 중앙정부는 '국가의 결정에 따르라'는 식으로 강행했다.

한마디로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하부 행정기관으로 보는 중앙정부의 행태가 지방자치 20여년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한국지방재정학회가 분석한 '2012년도 중앙-지방 재정 현황'에 따르면 중앙정부 예산(246조 원)과 지방정부 자체사업예산(60조5000억 원)의 비중도 8 대 2 정도였다.

중앙과 지방 간 이런 재원배분 구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2005년 지방예산 가운데 14%였던 사회복지비 비율이 2011년 20%로 증가하면서 전국 24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24개 자치단체가 자체세입으로 공무원의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곤란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국지방재정학회가 지방재정자립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민선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5년 62.5%에서 2012년에는 52.3%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는 지방자치가 20년 넘게 실시되는 동안 자치권이 확대됐다기보다는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재판관은 "현행 헌법은 1987년 국민들의 민주화 열기로 만들어졌다"면서 "당시 국민들의 요구는 대통령 직선제, 헌법재판소 설치, 지방자치 실시라는 세가지였는데, 지방자치만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권한도 돈도 2할로는 자치가 되지 않는다"면서 "헌법에 있는 그대로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주민들이 스스로 지방문제에 대해 지도자와 정책을 선택하고 책임지도록 하고 중앙정부는 손을 대지 말라고 해야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추이 〈 출처 안전행정부〉  연도 민선1기 민선2기 민선 3기 민선 4기 민선 5기 1995 1997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자립도 (%) 63.5 63.0 59.6 59.4 57.6 54.6 56.3 57.2 56.2 54.4 53.6 53.9 53.6 53.2 51.9 52.3 51.1 ※주 :일반회계 당초예산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