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제 역할 공천심사위 부재
- '기득권 버리기' 역행할 수도
- 여론조사 신뢰성 확보 의문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 기초선거에서 당원과 일반시민이 각각 50%씩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을 도입키로 했으나, 부산을 비롯한 일선 정치 현장에서는 '무늬만' 상향식 공천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실제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후유증이 야기될 수 있고, 자칫 새누리당의 선거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부산지역 새누리당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기초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기초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전면 시행키로 했으나 오히려 각 당협위원장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내 한 기초단체장 선거를 준비 중인 시의원 A 씨는 "당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경선을 한다고 하지만 당협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표심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지방선거 때는 시당에 공천심사위원회가 있어서 긱 당협위원장들이 심사위의 눈치를 봤는데 이젠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로 대체돼 당협위원장을 '견제'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공천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가 정반대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두고도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이 많다. 시의원 출마예정자 B 씨는 "각 구군별로 의미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샘플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여론조사 신뢰성을 놓고 문제제기가 쏟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새누리당의 이번 경선은 필요할 경우 '직접 투표' 대신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접 투표 역시 비용 문제가 따르고, 금권선거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또 이번 상향식 공천제 도입으로 정치 신인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모든 공천을 경선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물이 아니면 안 된다. 젊은 신진이나 전문가 집단의 기초자치단체 선거 출마가 어렵게 됐다. 뿐만아니라 일부에서는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더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여선 공천 30% 할당 등의 규정이 있지만, 이와 별도로 경선에 참여하는 여성이나 장애인에게 일정 정도의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중진급 시의원은 "이번 기초선거의 상향식 공천이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키면 당에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번 상향식 공천이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상향식 공천이 제대로 될려면 시민들의 정치 참여 수준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금 그 정도가 되는지 의문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공천 폐지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 카드를 꺼냈는데 당협위원장들이 섣불리 제도 취지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상향식 공천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세부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