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1주년(12월 19일)을 앞두고 민주당내 역학구도가 다시 한번 요동칠 조짐이다.

당내 비주류인 '김한길-전병헌' 투톱 체제가 지난달 28일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처리 이후 리더십 위기에 처한 가운데 대선 후보였던문재인 의원이 그간의 '저공비행'을 끝내고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시전면에 등장하면서다.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이뤄진 '친노(친노무현) 퇴조와 신(新)주류로의 세력교체' 후 몇 차례 출렁이었던 당내 권력지형에 또한차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이는 흐름이다.

특히 신주류·비노 진영은 문 의원을 구심점으로 한 친노 진영의 재기 시도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어 해묵은 계파갈등이 재연될 개연성을 키우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단 만찬에서 차기 재선 재도전 의지를 내비친데 이어 이틀만인 1일 곧 펴낼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의 발췌본을 공개했다. 그간의정중동 행보와 비교하면 '파격'의 연속이다.

발췌본에는 대선 패배 1년을 맞는 소회와 함께 박근혜정부에 대한 고강도 비판이 담겨 있다. 오는 14일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정치행보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자신과 친노 진영을 옥죄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 이관사태에 따른 족쇄에서 벗어던지고 다시 활로찾기에 나선 셈이다.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안철수 신당' 창당의 가속화 등으로 야권이 지형재편의 격랑 속으로 빠져든 시점과 맞물려 절묘함을 더한다. 내년 지방선거와 이에 앞서 진행될 야권재편에서 자신이 구심점임을 일찌감치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읽혀서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친노세력의 결집을 공고히 하려함은 물론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중도·중간층으로 외연확대에 나선 안철수 의원과의 차별화 시도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그러나 문 의원이 '때이른'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깃발을 든 것을 두고 신주류 지도부나 비노 진영에서는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강행처리 이후 민주당이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 카드까지 꺼내들고, 김 대표가 "직을 걸겠다"며 퇴로 없는 투쟁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자칫 문의원의 개인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대여공세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지도부 핵심인사는 문 의원 행보를 두고 "당이 존폐위기에서 권력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지금은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때이지 계파의 이해관계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여기에는 조직기반이 취약한 김한길 지도부의 태생적 한계가 엄존하는 상황에서친노세력이 다시 당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견제감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비노 인사들은 친노 진영이 내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확실한 지분 확보를 위해 세(勢)결집에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친노가 목소리를 키울 경우 연말 국회에서 대여 강경 기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