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

# 정치권 사태 추이 촉각

- 與 "일부 사제" 전선 좁히며
- "순국장병앞 석고대죄" 비난
- 野, 사제단 입장 거들면서도
- "인식에는 동의못해" 선 그어

# 보수-진보 갈등 점화할까

- 천주교 염수정 대주교
- "직접 정치 개입 숙고해야"
- 보수단체들 집회·성명
- 발언 취소와 사과 요구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일부 개신교 단체들도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제단을 향해 "종북성향을 드러내라"면서도 파문 차단에 부심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여당이 자초한 일"이라면서도 사제단의 북한 연평도 도발 옹호 발언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 파장 예의주시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이나 종북 논란과 관련된 발언이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영역이 아닌 종교계 일각에서 나왔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사제단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으면서도 '일부 사제단'으로 규정, 전선을 좁혔다.

황우여 대표는 24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내가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나라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의원도 성명을 발표하고 박창신 신부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옹호 발언에 대해 "박 신부는 (연평도 포격 때 사망한)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영령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고, 국민 앞에 고해성사하며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여야가 박 신부의 '망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군 장성 출신 소속 의원들도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황진하 의원 등은 규탄성명을 통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이 망언은 지금 연평도를 지키는 군인과 국민 모욕행위다. 박 신부를 포함한 동조 사제들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측면에서는 자초한 일"이라고 사제단의 입장을 거들었다. 다만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언급에 대해서는 "신부들의 충정은 이해가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북방한계선)에 대한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자칫 여당의 '종북 프레임'에 말려 연말 정국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 보혁 갈등 점화 단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정권 퇴진 요구가 범종교계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천주교 내에서도 이번 사제단의 정권퇴진 요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가진 '신앙의 해' 폐막미사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 할 대목"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번 사제단의 요구가 보혁 갈등 재연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은 적지 않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이날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신부의 발언에 대해 "순국장병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해당 발언에 대한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자유총연맹도 성명을 내고 "사제단이 편향된 태도에서 벗어나 종교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