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공식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현을 위해 진전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경제부흥'과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라는 새 정부의 2가지 국정기조를 동시에 겨냥한 복합 경제·외교구상이다.
거대 시장인 유라시아 역내 국가간 경제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교역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만드는 동시에 유라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 직·간접적인 개방압력을 가하게 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면서 나아가 통일의 초석을 닦는다는 '청사진'이다.
이런 점에서 유라시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데다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 실현을 위한 발판을 놓는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해 보인다.
또 그동안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관계가 비교적 소원했던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면서 우리의 교역무대를 넓히는 한편 북한과 맞닿아 있을뿐만 아니라 전통적 특수관계인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개방 가속화를 유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청와대 측도 이번 회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밑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기초 닦기 = 이번 회담의 의제는 주로 경제협력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의제는 북한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러시아 철도공사와 북한 나진항이 '라손콘트란스'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추진하는 러ㆍ북 합작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통해 복합 물류 운송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것이 골자다.
철도 개보수 공사는 지난 9월 마쳤고, 나진항 3호 부두에 현대화된 화물 터미널건설 공사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이다.
이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인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사의 컨소시엄이 2천100억원을 투자, 합작회사의 70%에 달하는 러시아 측 지분을 절반 정도 인수하면서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인데 이날 회담에서 이 사업과 관련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 사업에 대한 리스크 보증 차원에서 3조원대 금융지원으로 지원사격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 화물이 나진항과 나진-하산 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해 유럽까지 운송되는 물류사업이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박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면서 구체적으로 내놓은 유라시아 복합 물류 네트워크 구축 방안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를 출발해 북한을 통과하는 철길이 막혀 있기는 하지만 일단 북한과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의 기초를 닦는 작업에 우리나라 지분이 들어가는 것이어서 박 대통령의 구상에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외에도 회담에서는 남·북·러 3각 협력사업으로 주목받는 러시아 천연가스의 한국 도입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같은 노선으로 러시아전력을 한국으로 공급하는 송전선 건설 사업 등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이 또한 박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제시한 에너지 인프라 연계 방안과 비슷하다.
다만 이들 계획은 북한의 협조가 있어야하고 경제성이 충족돼야만 가능한 것이어서 양국 정상이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느 수준까지 합의를 이룰지가 관심이다.
◇개발펀드 조성으로 유라시아구상 뒷받침…북극항로ㆍ조선 협력도 추진 = 회담에서는 북한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이들 사업 말고도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실현을 뒷받침할 협력 사업도 추진된다.
양국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러시아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이 3년간 절반씩 10억달러 규모의 개발펀드를 조성,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유라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묶을 수 있는 인프라 개발에 활용하고 각국 기업의 상대국 진출 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시베리아 인프라 개발 분야의 경우 우리나라 희림 컨소시엄이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공영 개발펀드인 '슬로보다'가 발주한 이르쿠츠크주 복합산업단지(바이칼 스마트시티) 건설 설계를 맡는 방안도 논의된다.
굵직한 양국 경제협력 분야 양해각서도 여럿 체결될 예정이다. 조선 분야에서는양국 기업이 러시아 나홋카항이나 보스토치니항에 합작 LNG 조선소를 설립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또 북극항로 개척 분야에서 우리 선박이 러시아 영해나 대륙붕에서 운항할 수 있고 러시아 항구나 항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도 체결될 예정이다.
아울러 1990년대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제공한 경협 차관 중 일부를 러시아가 방위산업 물자로 상환하는 협정도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ㆍ인적 교류도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다. 우선 양국은 관광·비즈니스 상담을 목적으로 60일 이하 단기로 상대국을 찾는 방문객에게 비자를 면제해 주는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또 문화원 개설 협정도 체결한다. 이 협정이 서명되면 현재 모스크바에 운영 중인 한국 문화원에 합법적 지위가 부여되고 한국에도 새롭게 러시아 문화원이 문을 열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