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군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지난 대선을 '불공정 선거'로 공식 규정하고 박근혜대통령의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자, 새누리당이 "대선 불복의 본심을 드러냈다"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여야 대치 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문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서 박 대통령과 대결했던 당사자란 점에서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의원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면서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해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박 대통령의 결단만이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공식성명에서 여권의 '대선 불복' 공세에 대해 "대선 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당연한 목소리까지 대선 불복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신(新)관권선거'로 규정하고 박대통령의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등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가 이렇게 난리 났는데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한다"면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은 전 정권의 책임일지라도 이와 관련된 수사 문제와 외압은 현 정권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문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의 잇단 의혹 제기를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면서 민주주의 선거 절차마저 부정하는 세력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진력했다.

특히 문 의원의 '불공정 대선' 주장과 박 대통령 책임론 제기에 대해서는 대선 후보 출신의 당사자마저 대선 불복의 '본색'을 드러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의원이 드디어 대선 불복에 대한자신의 본심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책임 운운하는 것은 대선후보까지 지냈던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문 의원은 전대미문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라는 사초(史草) 폐기의 총괄 책임을 졌던 사람"이라며 "석고대죄해야 할 문 의원이 일언반구 없이 오히려 책임론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수사 중인 댓글 사건에 대해 대통령의 책임 등을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까지 지냈던 분으로서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던 문 의원이 지금은 다른 민주당 의원들처럼 대선 결과에 불복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이 성급한 대선불복성 발언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정을 문란케 하는 언동은 국익에 반하는 백해무익한 일이고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