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신사동 캐롤라인빌딩에서 열린 장관실 직원 결혼식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기초연금안 확정 과정에서
- 청와대와 의견 충돌, 무력감
- "양심의 문제 … 물러나겠다"
- 다른 복지공약서도 갈등설
- 장관이 정부안에 정면 반기
- 복지공약 후퇴 논란 확산 속
- 채 검찰총장 파문까지 겹쳐
- 박 대통령 리더십 시험대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사퇴 입장을 천명하면서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한 반대를 사퇴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이에 대해 "양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복지 공약을 입안하고 주무부처를 책임진 진 장관이 정부안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출범 7개월 만에 국정운영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기초연금안 좌절에 '항명'
진 장관은 이날 업무 복귀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데 반대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반대해왔던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가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초연금 정부안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을 사퇴 이유라고 밝힌 것이다.
진 장관은 기초연금 정부안 마련과정에서 수차례 청와대의 벽에 부딪히자 지난달 30일께부터 사퇴를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진 장관은 기초연금 정부안과 관련, 소득·재산에 따른 차등지급안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며칠 만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연계안을 결정해 복지부에 통보했다.
진 장관은 청와대에서 두 연금을 연계하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강력한 반발 등 문제점을 몇 차례 설명했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연계안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달 새로 기용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을 중심으로 연계안을 적극 추진했고, 여기에 재정부담을 줄이기를 원하는 기획재정부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사퇴 배경을 설명하며 "두 연금(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방안이 결정되면 나는 장관을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들한테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그 안으로 결정되면 내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공약문제 이외에 무상보육 등 다른 핵심 복지공약 이행 내용에서도 진 장관과 청와대 사이에 꾸준히 견해차가 있었다는 설도 나온다. 진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들에게 "복지부 장관으로서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생각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진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해봤다"며 일축했다.
■'복지 공약 후퇴' 태풍으로 돌변
진 장관의 '항명 파동'으로 박 대통령의 집권 초반 국정운영은 순식간에 난기류에 휘말리게 됐다. 박 대통령은 두 차례나 정홍원 국무총리를 통해 진 장관의 사퇴를 반려했다. 정 총리도 재차 '업무복귀'를 촉구하는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냈지만 진 장관은 이를 정면으로 거슬렀다. 공직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항명'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복지 공약 후퇴 논란은 쉽게 수습하기 힘든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다. 진 장관이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기초연금 정부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축소에 진 장관이 책임 지는 것 자체가 공약의 심각한 후퇴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재정 현실에 따른 공약 수정' 정도로 밀고 가려던 청와대로서는 진 장관 '항명 사퇴'라는 내부의 돌부리를 만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진 장관의 행보에 대해 공식 대응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깊은 고심에 빠졌다. 큰 홍역을 치른 채동욱 검찰총장의 퇴진에 이어 다시 정부 최고위층 인사의 진퇴를 둘러싼 파동이 국정운영의 동력과 민심을 흔들고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조기 수습 차원에서 30일 진 장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