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이뤄진 23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실향민들이 찾아와 상봉 신청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정부, 장소·규모 양보

- 추석 상봉 실현 의지 작용
- 11월 추가 만남 이끌어내

# 상봉가족 선정 어떻게

- 고령자·직계가족 우선 원칙
- 상봉의사 묻고 2배수 압축
- 생사 확인 후 최종 선정

# 금강산 관광에 영향

- 면회소·호텔 정비 불가피
- 남북 신뢰회복 계기 마련

남북이 23일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다음 달 25일 이산가족 상봉 실시에 합의하면서 이산가족들은 3년여 만에 다시 만날 길이 열리게 됐고,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됨에 따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합의 배경

이번 실무접촉에서 이견을 보였던 부분은 상봉장소와 규모였다. 우리 정부는 평양과 서울 교환방문을 통한 상봉을 주장했고, 북한은 일관되게 금강산 상봉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금강산 상봉으로 합의한 것은 남측에서 상당한 양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고, 추석을 계기로 이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양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봉 규모와 관련해서도 우리 측에서는 200명씩 정도를 주장했으나 결국 북측이 주장한 100명씩에 합의했다. 그동안 18차례의 행사 중 200명씩 나온 것은 14차 행사 때가 유일하며, 나머지는 모두 100명씩이었다. 이번에도 규모는 과거 상봉 전례를 따른 셈이다. 대신 추석 상봉 후인 11월 안에 상봉행사를 한 차례 더 진행키로 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상봉대상 선정

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는 인선위원회를 열어 상봉 후보자 선정기준을 마련한다. 고령자와 직계가족 우선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연령대별 비율 등 세부조정을 거친다.

확정된 기준에 따라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중 생존자 7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가중치를 부여한 뒤 무작위 컴퓨터 추첨을 통해 상봉인원의 3∼5배수를 선정한다. 이후 당사자들에게 상봉의사와 건강상태 등 확인을 거쳐 후보자를 2배수로 압축, 북측과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게 된다.

남북이 생사확인 결과를 주고받으면 생존자 중에서 최종 대상자를 선정, 명단을 맞바꾼다. 화상 상봉자 선정도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1~18차 상봉행사 때도 소수의 인원이 포함됐던 만큼 이번에도 관례에 따라 생사확인 의뢰 대상의 5∼10%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로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발판?

북한은 상봉장소로 금강산을 고집했다. 양측에서 100명씩 상봉할 경우 가족과 관계자 등을 포함할 경우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여 명이 금강산 면회소를 방문하게 된다. 이에 따라 면회소는 물론이고 호텔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에 대한 정비가 불가피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진전된 조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로부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받은,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남북 당국 간 의지와 남한 내 여론 향배가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명박 정부 때 완전히 붕괴됐던 신뢰관계를 복구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향후 남북 간 현안들에 대한 원만한 협의·합의의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개성공단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와 우리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불신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느냐는 부분도 향후 남북관계 진전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