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이 요구한 경호처 압수수색 거부에 이어 수사 기간 연장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이유는 현재까지 수사로도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충분하고 민주통합당에 의해 추천된 특검팀의 수사가 정치적 중립을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1차 수사 기한인 14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됐으나, 국민적 의혹 해소가 미흡하다는 야당의 반발이 거세 대선 정국에서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정치특검 안돼"

청와대는 특검이 이미 충분히 수사했는데도, 수사 기간 연장 및 청와대 압수수색을 요구한 데 대해 정략적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수사 기간 연장 거부 이유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고 ▷청와대가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으며 ▷수사 연장 시 대선 관리 등 국정 운영 차질이 우려되는 점을 들었다.

하금열 대통령실장 주재로 법무장관, 법제처장, 민정·정무·홍보수석, 총무기획관 등이 참석해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관계장관·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민주당에 의해 추천된 특검팀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수석은 "이번 사건은 대통령 사저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저 부지와 경호 부지를 동시에 구입하는 과정에서 두 부지 간 가격을 배분하면서 형법상 배임이 있었는지, 또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소유권 등기를 한 것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 되는지를 법률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사안"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특검이 이 두 사안과 관련, 지난달 16일부터 70여 명의 수사 인원을 투입, 시형 씨를 비롯하여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회장,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20여 명의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40회가량에 걸쳐 소환 조사하고 51개 항목 206페이지에 달하는 경호처 기밀자료를 포함한 자료를 제출받아 수사했는데 더 요구하는 점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특검팀의 압수수색 거부는 하금열 대통령실장 명의로 했으며, 서면으로 이유를 기재해 특검에 전달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야당, "진상규명 방해"

야당은 청와대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수사 기간 연장까지 거부한 데 대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처사"라고 맹공했다. 청와대의 수사 기간 연장 거부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게 된 특검으로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청와대의 수사 기간 연장 거부는 다스 비자금 출처 등 진실을 은폐하려는 목적", 안철수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지시대로 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특검 수사 기간 연장 거부에 대한 여론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날 특검의 압수수색 요구에 대해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 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거나 공무원이 소지·보관할 물건 중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는 소속기관 또는 감독관청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하게 돼 있는 규정을 들어 거부한 데 대한 비판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들 조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기관이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붙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