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국립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학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지역거점대학 육성과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제신문 DB

# 육성책 현실화 최적기

- 대선 후보 잇단 공약 채택
- 대교협도 정책과제로 포함

# 국립대발전위 방안 주목

-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편성
- 기능적·학문 영역별 특성화

# 산적한 해결과제

- 특정대 집중땐 타대학 반발
- 정책시행 공감대 형성 필요
- 정부조직 개편·재원 확보도

대통령선거 정국이 무르익어가면서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화두는 차츰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더 심하게 찢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지역균형발전이란 과제가 화급하고, 그 속에서 지역대학 특별 육성책이 갖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낱말이 있다. 바로 '지역거점대학'과 '국립대'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정책위의장)이 지난달 14일 내놓은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 제정안'에 담긴 4대 핵심방안은 ▷국립대 공동학위제 ▷지방 국립대부터 반갑등록금 ▷지역인재 채용 의무할당제 ▷지방 국립대 교원확보율 제고이다. 3개 항목에서 국립대가 강조되고 있다.

균형발전지방분권전국연대가 올해 대선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채택할 것으로 요구하면서 최근 내놓은 '지방분권 11대 정책의제'에도 "지방거점국립대 육성과 국립대 네트워크화"라는 방책이 들어가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지난달 18일 "지역거점대학 육성과 특성화"를 내세웠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지방거점국립대 육성과 국립대 네트워크화'를 공약으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6월 '대학교육 발전을 위한 20개 정책과제'에 "지역거점대 육성과 지역인재할당제"를 포함시켰다.

■ 왜 거점육성 방식인가

이를 통해 뚜렷해지는 전망이 한가지 있다. 이번 대선이 지역거점대학 육성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는 호기라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궁금증도 또렷해진다. 지역거점대학 육성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주목받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역의 현실이 있다. 올해 초 서울대가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부산대 부경대 한국해양대를 비롯한 현재 한국의 주요 국립대는 거의 '지방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각 지역에서 지역거점대학으로 인정받고 있거나 육성 대상 대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비수도권에서 지역거점대학은 사실상 해당 지역의 국립대를 뜻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지난 4월 설치한 국립대발전연구위원회(위원장 백종국)의 지난 8월 보고서 '국립대학발전방안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주립대학은 자신들이 속한 주(州)에 소재한 고교생이 진학해올 경우 등록금을 3분의 1에서 4분의 1수준으로 인하해준다. 말하자면 반값등록금이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다. 이런 시책은 주립대학이 갖고 있는 공공적 성격이 기반이 됐기에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지방대학에 육성정책을 펴서 가급적 짧은 기간 안에 체제를 만들고 성과를 확인할 수 있으려면 이처럼 국가정책이 비교적 원활하게 통할 수 있는 대상을 파악해 모델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접근이 우선 가능한 방식이 지역거점대학 육성인 셈이다.

■ 어떤 방안들 나오고 있나

현재 주목받고 있는 방식은 국립대발전연구위원회가 내놓은 방안이다. 이는 전국을 강원권 경북권 경남권 부산권 수도권 등 10개 권역으로 편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해당 권역 안의 국립대들이 자율적으로 기능적·학문영역별로 특성화할 수 있도록 한다. 위원화는 특성화의 범주로 연구중심·연구와 교육병행·교육중심·현장교육중심·평생교육중심 등 5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편제해놓고 각 권역별 특성을 잘 반영하는 2~3개 분야에 대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지원을 집중하면 국립대들 사이의 중복투자로 인해 생기는 낭비는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지역대 육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기도 한 백종국 위원장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고등교육 개혁작업이 바로 이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현재 연구중심대학 10개 가운데 7개가 세계 60위 권에 들게 됐다. 비슷한 경제규모인 텍사스의 주립대학들이 200위 안에 하나도 들지 못한다는 점과 대비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는 국립대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진보진영에서 프랑스의 모델을 참조해 내놓은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있으며 현 정부의 국립대선진화방안은 현재진행형의 정책이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해왔지만 고등교육 부문에 대한 공공재원의 지출 비중은 2008년을 기준으로 22.3%에 그친다.이는 OECD의 평균 69.3%에 한참 못 미친다. 새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동원할 수 있는 재원과 능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 선결 과제도 많아

부산대 김한성 산학협력단 연구부단장은 "현재 한국 현실에서 지역대학의 구조적 위기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끌어안지 않으면 수도권 독식과 비수도권의 공동화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지역거점대학 육성방식을 통해 권역별 연구중심대학 등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있는 현실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선결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거점국립대학육성'이라 제시해놓고 사실상 특정대학에 지원이 쏠린다면 다른 국·사립대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정책시행의 기반부터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김 연구부단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연구중심·교육중심 등 국립대가 택할 수 있는 특성화영역을 제시해 선택권을 보장하고, 몇년마다 공개경쟁을 실시해 대학들이 새롭게 도전할 기회를 주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해양대 강윤호 기획부처장은 "권역별 국립대의 네트워크와 연합을 강화하되 그 속에서 개별 대학이 연구, 교육중심 등 특성화 영역을 택할 수 있게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거점대학 육성이라는 방식이 지역의 국립대 중심으로 진행될 경우 지역 사립대에 대한 육성책 문제도 제기될 확률이 높다. 동아대 황규홍 대외협력처장은 "현실적으로 국립대는 국고와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사립대와는 처지가 다르다. 국립대가 싼 등록금 등만을 무기로 내세워서는 안 되며 지역대의 특성화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떤 방식으로 지역거점대학육성정책을 실행하든 현재의 관련 법체계나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 국립대발전연구위 백종국 위원장

- "특성화로 경쟁·중복투자 최소화"
- 캘리포니아대 개혁 한국과 유사
- 목표 정해 꾸준히 추진하면 성과

국립대발전연구위원회 백종국 위원장(사진·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고등교육개혁사례는 우리가 참고할 것이 많다"고 밝혔다.

-왜 캘리포니아대의 사례에 주목하는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학 상황은 현재 한국과 비슷했다. 많은 대학이 난립했고 기능도 비슷비슷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때 클라크 커 총장이 주도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고 크게 성공했다.

-어떻게 성공했나.

▶지역 내 대학을 연구중심·교육중심·평생교육중심으로 나눠 중복을 피하고 각 특성에 맞게 지원하고 성장시켰다. 10개의 연구중심대학-23개의 교육중심대학-112개의 평생교육중심대학 체제가 이를 통해 확립됐다. 이런 정책을 꾸준히 지속한 결과 캘리포니아대는 버클리, 어바인, 로스앤젤레스, 샌디에고 등지에 세계적 수준의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지역대학발전에도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까.

▶국립대의 특성화 발전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중복투자와 소모적 경쟁 등의 구조를 제거하면서 꾸준히 추진해나간다면 효과를 거둘 것이라 확신한다.

-효과를 거두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

▶정책적 목표를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한 세대, 그러니까 30년 안에 뿌리내리고 성과도 거둘 것이다. 우리사회는 지리적 양극화와 계층적 양극화가 매우 심하다. 그대로 두면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지역대학의 균형발전 전략은 이를 치유하는 데 큰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