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피랍된 제미니호 선원 가족들이 동영상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말리아 해적들이 부산 경남 출신 선원 3명이 포함된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 '제미니(MT GEMINI)호'를 납치한 지 5일로 525일이 된 가운데 피랍 선원의 가족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상영된 동영상을 통해 '인질 선원들을 구출해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무소속 문대성(부산 사하갑) 의원이 지난 4일 밤 피랍 선원 가족을 촬영해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설치된 국감장에서 이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피랍 선원의 사위인 한 남성은 "돌아오는 것 말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가족들을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그는 그동안 해적들로부터 "(피랍 선원을) '총살하겠다'는 협박 전화와 '건강이 안 좋다' '어떤 분은 매우 위독하다며 정부에 이를 알리라'는 전화가 있었다"면서 "정부는 다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 인사들을 통해 외교부 장관에게) '추석 전에 가족들과 만나주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으나 관련 직원이 '시간이 없다'면서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해적들은 피랍 가족들의 불안한 상태를 이용해 한국 정부가 협상의 전면에 나서도록 하면 협상금을 대폭 올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전면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불개입 방침을 통한 대응은 일면 타당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부처 장관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족들을 향해 '나 몰라라'하는 태도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결과가 없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문 의원은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어제 보좌관이 제미니호 억류 가족과 연락을 할 수 있는지 외교부 담당 서기관에 확인을 요청했는데 답이 없었고 추후 확인 전화를 하니 '까먹었다'고 답했다"면서 "보좌관이 사과를 요구하니 이 서기관은 '연락처를 줄 테니 과장이든 국장이든 알아서 전화하라'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강하게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해당 서기관은 국감장에 출석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