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정 묻자 "가슴 아프다"
- 중수부 직행 릴레이조사
- 檢 '우이공산' 언급 자신감

-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연루
- 최시중·박영준 구속 이어
- 現정권 도덕성 '치명 연타'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상득

	휘청거린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오전 피의자성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로 들어서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려 관계자의 부축을 받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영일대군'으로 불리며 현 정권의 최고 실력자로 군림해 온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검찰에 출석한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오전 10시 정각에 이 전 의원을 태운 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대검 청사 정문을 지나 청사 입구 조형물인 '서 있는 눈' 동상 앞에 멈춰 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의원의 표정은 담담했다.

'현재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의원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가는 목소리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입을 뗐다.

취재진이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청와대에 한 말씀 해달라'며 청와대를 언급하자 이 전 의원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슴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느냐."

더 할 말을 잃은 듯한 이 전 의원은 쫓기듯 11층 중수부 조사실로 이끌려 들어갔다.

이날 이 전 의원은 고령에도 쉬지 않고 조사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신문은 미래저축은행 사건을 맡은 주영환 합동수사단 2팀장이 먼저 진행했다. 주 팀장의 조사가 끝나면 윤대진 1팀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식으로 릴레이 조사가 계속됐다. 이 전 의원은 점심으로 오후 1시쯤 구내식당에서 배달된 설렁탕을 수사팀, 변호사와 함께 먹었으나 그릇을 깨끗이 비우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의미로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을 언급하며 사법처리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MB 최측근 3인방, 창업공신 6인방 쇠락

이 전 의원이 선 '포토라인'은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불과 얼마 전 고개를 떨궜던 바로 그 자리다.

이로써 현 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불려 온 이들 3인방이 모두 대검 중수부를 거쳐 가는 운명을 맞았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임을 공언한 MB 정부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역시 심화할 전망이다.

현 정부의 최측근 3인방의 몰락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단지인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 4월 중순 하이마트 선종구(65) 회장 일가의 탈세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관련 첩보를 입수한 중수부는 그달 25일 최 전 위원장을 소환한 동시에 박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칼을 빼들었다. 최 전 위원장은 2006년 8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동율 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8억 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박 전 차관 역시 2006년 8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9차례에 걸쳐 1억6478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의원은 현 정권 창업공신 그룹인 '6인 회의'의 주요 멤버이자 대통령의 친형,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중량감으로 18대 국회에서 여권 내 실세 중 실세로 꼽혔다. 이 전 의원에게는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님을 통한다)'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국회 내에서는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에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집중적으로 배정되면서 '형님 예산'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본인의 극구 부인에도 '권력의 숨은 핵심' 논란은 이어졌다.

'방통대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에 이어 이 전 의원이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창업공신 그룹인 6인회의도 쇠락의 정점을 찍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