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성공 가능성 미약 "애매한 상황"
- 朴 "선수가 경기 룰에 맞춰야"
- 非朴 요구 완전국민경선 반대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선언으로 대권레이스에 불이 붙은 가운데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11총선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의 위력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연말 대선 때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는 없다. 과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전례로 볼 때 '대세론'은 막판 바람에 두 번이나 맥을 추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대세론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입장에서는 현재의 대세론에 '+α'가 필요하다. 대선후보 선출 과정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α'를 충족시킬 수 있다.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대 박근혜'라는 경쟁구도는 상처도 깊었지만 상당한 흥행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김 지사를 비롯,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등 비박(非朴)진영 예비주자들이 경선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나 이들과의 경쟁으로 대선후보 경선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은 미약해 보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50%대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이들 예비주자의 지지율을 합쳐도 5%에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김 지사 등이 요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경선룰'을 개정하기도 쉽지 않다. 한 친박 핵심의원은 23일 "김 지사가 파이팅을 해주면 좋지만 출마선언을 하면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경선룰을 들고 나온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그런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총선 후 첫 민생 행보에 나선 박 위원장은 이날 강원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다분히 정치기획 내지 정치공학적 뉘앙스를 풍기는 '흥행'이란 용어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 실무관계자는 "우리는 흥행을 생각, 웬만하면 비박 주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만 그 같은 '안'을 박 위원장에게 전달할 수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친박 진영에서는 '정책'으로 대세론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친박 진영의 기획통인 서용교(부산 남구을) 당선자는 "지금 새누리당에 필요한 것은 당 쇄신 및 개정된 정강정책에 따르는 법안발의와 예산배정 등 구체화 작업"이라면서 "이번 총선을 통해 박 위원장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인된 만큼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