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으로 사실상 중단된 부산 강서구 대저1동 강서신도시 택지개발 사업과 관련, 부산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13일 부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질문에 나선 무소속 이병조(강서구1) 의원이 강서신도시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대한 시의 입장을 묻자 "오는 12월 20일께 나올 LH의 (강서신도시 사업) 타당성 용역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결과에 따라 LH가 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면 시가 즉각 지구단위계획 용역에 착수해 빠른 시일 내 그린벨트를 풀고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지지부진하던 강서신도시 사업 방향에 대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한 지구별 개발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H는 지난 9월 강서신도시 타당성 중간용역보고에서 1조6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어 최종 용역 결과도 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 확실시된다.

허 시장은 "사업이 오랫동안 중단되면서 학교 개·보수도 안 되는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태"라며 "그린벨트를 풀면서 부산교육청, 강서구청과 협의해 인근 주거환경 개선에도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는 국토해양부에서 사전승인을 받은 범위 안에서 지구단위 계획만 수립하면 광역자치단체장이 재량으로 해제할 수 있다.

강서신도시 사업(490만9000㎡)은 2005년 부산시와 당시 한국토지공사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007년 6월 택지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고시해 본격 추진했으나 개발방식 변경 등으로 3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LH의 재정난으로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하면서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못 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부산시의회 이병조 의원은 "부산시장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강서신도시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공영개발 방식이 아닌 지구별 개발 시 민간 참여와 주민 조합 결성 등으로 난개발이 우려되지만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또 강서신도시 사업 대상지역과 주변 4개 마을(강동, 평강, 사덕, 등구)의 불법 건축물 등에 부과하기로 했던 '이행강제금 폭탄'(지난 5일 자 1면 보도) 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서구청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이행강제금 부과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시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