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11일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크게 술렁였다. 대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등 설마 하던 내용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울경에 안기는 타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부지가격 원가로 대기업 유치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부산지역 산업단지 분양가는 세종시보다 최대 5배 이상 비싸다. 도저히 기업유치 경쟁이 안 되는 구도다. 외국인 투자유치와 연구개발시설 집적화 등 혁신도시나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콘셉트가 겹치는 것은 더 문제다.
■서부산 개발 급제동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 명지국제신도시 등은 세종시 수정안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는 부산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국제비즈니스도시(명지지구)의 공급가격은 3.3㎡당 400만 원으로 예상된다. 이곳 448만 ㎡에는 2014년까지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 복합시설과 외국인 전용주거단지, 의료, 교육기관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외국인 투자유치의 지렛대가 될 정주환경이 명지지구에 설계돼 있는 것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팀 관계자는 "세종시는 명지국제신도시와 도시 개념이 같다. 외국인 학교를 유치하고, 연구개발 시설을 집적한다는 방향이 꼭 닮았다"면서 "분양가는 70만 원대와 400만 원대로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명지지구의 비싼 공급가격을 상쇄하려면 국내외 대기업들의 투자유치가 필수적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성패가 바로 이 땅값 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파격적인 땅값에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까지 더해진 세종시로 인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허탈한 표정이다.
부산경제자유구역청의 또다른 관계자는 "세종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곳이다"면서 "올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전략을 짜야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는 명지신도시를 계획대로 건설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부산 개발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종시에 외국 교육시설과 의료시설이 추진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큰 우려를 표명했다. 외국 대학과 의료기관 유치는 명지국제도시 활성화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경자청 또다른 관계자는 "외국 대학과 의료기관, 연구소 등을 유치하기 위해 2년여간 노력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 말했다.
국제산업물류도시 사업 시행자인 부산도시공사도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 침울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세종시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라면서 "분양가가 비슷해도 대기업이 부산에 오지 않을 텐데 몇 배나 차이가 나면 유치활동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곤혹스러워했다.
특히 국제산업물류도시가 차질을 빚게 되면 부산항의 활성화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IT 녹색산업 등 기업유치 분야도 세종시와 별 차이가 없다. 도시공사 개발유치팀 관계자는 "정부가 특단의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오히려 강서물류도시 조성 사업으로 부산시와 도시공사가 막대한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울산·경남 혁신도시도 비상
울산시는 세종시가 혁신도시와 콘셉트가 겹쳐 비상이 걸렸다. 울산 중구 우정동 일대 298만4000㎡에 조성되는 울산혁신도시 조성원가는 3.3㎡당 290만 원에 달한다. 울산시는 한국석유공사와 에너지관리공단 등이 이전하면 혁신도시는 울산의 주력업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과 연계한 에너지 관련 첨단 연구·개발 단지로 집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울산혁신도시의 분양가가 세종시보다 3~4배 높게 책정된 데다, 세종시 수정안이 녹색산업의 산·학·연 집적단지 조성을 골자로 하고 있어 울산혁신도시와도 중복된다. 울산시는 삼성 SDI 발전용 2차 전지사업과 태양광 관련 한화그룹의 R&D센터 등이 세종시에 입주할 예정으로 알려지자 큰 우려를 표명했다.
경남도와 진주시는 진주혁신도시의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진주시와 경남도는 혁신도시의 3.3㎡당 조성원가를 15만 원가량 낮추기 위해 정부에 5000억 원의 국고지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로부터 거절당한 상태다.
경남도 혁신도시 주택과 관계자는 "오는 2012년 말 완공되는 진주혁신도시에 악영향이 염려된다"며 "정부의 세종시 수혜조치로 진주혁신도시 땅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이곳으로 이주할 12개 공공기관이나 연구센터 입주기업체들이 불만을 쏟아낼 경우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