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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고 있다. 파주=청와대사진기자단 |
2007년 10월 2일 오전 9시1분. 노무현 대통령은 경의선 도로상의 군사분계선(MDL) 앞에 섰다. 30여 m 전방엔 노란색 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이 선은 남북 양쪽 비무장지대(DMZ)의 한복판을 가르는 선으로, 군사적 대립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분단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냉전의 산물인 셈이다. 또 이 길은 1950년 6·25전쟁 때는 북측의 남침루트였다.
노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와 나란히 MDL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다 10m쯤 앞두고 남쪽으로 돌아섰다. MDL을 건너기 직전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노 대통령은 "이 걸음(군사분계선을 넘는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는,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MDL)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이라면서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은, 우리 민족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다. 또 발전이 정지돼 왔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다행히 그동안 여러 사람이 수고해서 이 선을 넘어가고, 또 넘어왔다"면서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고, 장벽은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오전 9시5분. 손을 흔들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노 대통령은 다시 뒤로 돌아 북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열 걸음쯤 떼었을까. 마침내 노 대통령은 권 여사와 함께 노란색 선을 걸어서 넘었다. 노 대통령도 환송나온 남측 인사들도 모두 감격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쉬운 길을 여는 데 62년의 세월이 걸렸다.
남측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이 길을 통해 방북길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전쟁의 길이 평화의 길로, 죽음과 감옥의 길은 상생과 화해의 길로 전환된 것 같았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금단의 선을 허물고 분단의 벽을 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생방송됐다. 한반도가 더 이상 고립된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임을 국내외에 선언하는 의미다. 이번 정상회담을 분단과 냉전을 넘어 한반도 평화·번영을 여는 발걸음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노 대통령이 MDL을 넘는 순간 지난 1948년 남북 통일정부 수립을 촉구하며 평양으로 향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김구 선생이 갔던 바로 그 길을 지금 우리가 가고 있었다. 당시 김구 선생은 차량으로 38선을 건너다 차에서 잠시 내려 38선 푯말에서 기념 촬영을 한 바 있다.
MDL 너머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최룡해 황해북도당 책임비서, 정창봉 개성시당 책임비서와 김일근 개성시 인민위원장, 리상관 황해북도 인민위원장 등이 노 대통령을 영접했다. 노 대통령은 북측 영접인사들과 악수를 나누었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측 여성들로부터 꽃다발도 받았다. 노 대통령은 권 여사와 나란히 서서 북측 여성 2명을 양 옆에 두고 기념촬영을 했다.
9시9분. 노 대통령은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손을 흔든 뒤 전용차에 올라 개성으로 향했다. 옆에는 개성공단까지 5㎞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