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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1> 獨 뒤셀도르프시 8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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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뒤셀도르프 시의 8구의회 의원들이 지난달 15일 아파트 신축 허가 신청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독일은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아래 또 하나의 자치 의회인 구의회를 구성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뒤셀도르프 = 송진영 기자
- 기초의회 아래 자치 의회 구성
- 벌목·농구장 설치 등 토론·표결
- ‘참고’ 아닌 지역 여론으로 전달
- 도로폐쇄 같은 특별의사결정도

연방제 국가인 독일은 지방자치의 으뜸 국가다. 국가 경쟁력이 지방에서 나오는 지방자치 강국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1871년 프로이센 중심으로 독일제국이 성립돼 중앙집권 체제가 구축되고 국가의 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독일은 신성로마제국부터 이어진 지역의 자율성이 유지됐고 독자적인 법체계와 세금 징수권을 지역 군주들이 행사하면서 현재까지도 국가보다 지역이 우선인 분권적 정치문화가 형성됐다.

독일의 지방행정 체제는 우리의 광역단체에 해당하는 주정부, 우리의 기초단체에 해당하는 게마인데(Gemeinde)·크라이스(kreis)로 나뉜다. 나아가 독일은 게마인데 아래 법인격이 부여되지 않은 ‘구(Stadtbezirk·구역으로도 지칭)’를 설치해 주민 스스로 마을의 일을 결정하는 근린자치를 구현한다.

국제신문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뒤셀도르프 시의 10개 구의회(Bezirksvertretung) 중 8구의회의 회의 현장을 참관하면서 생생한 근린자치의 현장을 취재했다.

■주차장 위치부터 벌목까지 결정

지난달 15일 오후 6시(현지시간) 뒤셀도로프 시 외곽에 있는 8구청사에서 열린 구역의회의 안건 심사 현장. 의원 대부분이 현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오후 6시에야 회의가 시작됐다. 의장석과 의원석의 구분이 없는 것은 물론 구 집행부는 의장과 나란히 앉아 회의를 진행하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의원 1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구 집행부(공무원)이 아파트 신축 허가 신청 내용을 설명을 마치자 정숙했던 회의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A 의원이 “주변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냐.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B 의원은 “이 건물이 들어서면 다수의 인구가 유입되고 차량도 늘어날 것인데, 대비가 돼 있느냐. 주차장도 충분히 확보가 돼 있느냐”고 질의했다. 구 집행부는 “아직 계획이 확정된 것이 아니고, 이런 신청이 들어와서 보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주차장 위치는 건물 내부인가 노상인가” “횡단보도 설치 계획이 있나. 어디에 그을 것이냐” “3개 동 중 C 동은 왜 A, B동에 비해 규모가 크냐” 등 공세적인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우리처럼 수천 세대의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도 아닌 고작 1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우리에게는 빌라 정도인 약 5층) 3개 동을 짓겠다는 허가 신청 건이었다.

이어서 노상에 있는 나무를 자르는 안건과 체육시설(농구장)을 설치하는 안건이 올라왔다. 구 집행부의 상세하고 ‘간절’한 설명이 끝난 뒤 벌목 안건은 통과됐지만 체육시설 건은 부결됐다. 구 경계에 체육시설을 설치하면 주민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타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회의인 만큼 의원들은 안건마다 분명한 입장을 개진했다. 대신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끼어들거나 발언권 없이 이야기하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안건 상정부터 토의와 표결까지 단상이 없는 이른바 ‘플로어’에서 결정이 됐으며, 표결도 거수로 진행됐다. 오후 8시 가까이서야 다그마 폰 달렌(Dagmar von Dahlen) 8구역의회 의장은 “안건 심사 내용을 시의회에 전달하겠다”고 폐회를 선언했다.

■읍·면·동의 자치의회

뒤셀도르프 시의 8구는 엘러 (Eller) 리렌펠트 (Lierenfeld) 펜하우젠 (Vennhausen) 운터바흐 (Unterbach) 등 4개 마을 약 20.99㎢ 규모에 인구 약 6만 명이다. 뒤셀도르프시가 베스트라인-노스트팔렌의 주도라는 점에서 8구는 우리의 시·군·구 아래 또 하나의 자치단체가 되는 셈이다. 법인격은 부여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구는 지방선거에서 정당 명부를 보고 투표하는 비례대표 방식에 따른 선출직 의원들로 구의회를 결성한다. 임기 5년의 구의회 의원은 13~19명으로, 무보수 명예직이다.

독일의 구는 우리의 최하층 행정단위인 읍·면·동에 해당하는 수준이지만 자치단체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한다. 독일의 정치체제와 같이 구의 모든 사무는 구의회가 결정한다. 구의회는 자전거 도로, 횡단보도, 주차장 등 교통 문제를 비롯해 학교, 어린이 놀이터, 지역 녹지 및 문화·사회적 현안 등 지역 밀착형 사안을 결정하거나 시의회에 제안하는 권한이 있다.

특히 지구단위계획(개발계획) 및 개별 건축 사업에서 지역의 의견을 시의회에 강력하게 개진할 수 있고, 시의회는 반드시 구의회의 의견을 토대로 안건을 심사해야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결국 구의회의 의견은 ‘참고’가 아닌 지역 주민의 의견이자 여론으로 전달돼 시의회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8구의 100여 세대 아파트 신축 사안을 둘러싼 구의회의 논의가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도로 폐쇄 ▷상설 주말농장 조성 ▷학교 명칭 지정 및 학교 시설의 용도 사용 ▷주차금지 구역 설치 및 철거 등 특별의사결정 권한도 갖는다.

독일 지방자치에서 구의회와 같은 근린자치가 부각된 것은 1970년대 행정구역 개편과정에서 게마인데의 통폐합 이후다. 게마인데 통폐합으로 주민 참여와 생활자치 공간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행정은 통합하되 ‘주민 대표’는 가까이 둔다는 기조 아래 게마인데 아래 구를 만들어 주민참여 및 생활자치의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 본 사업은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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