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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후쿠오카 텐진 일대에서 ‘후쿠오카 스트리트 파티’가 열린 모습. 도로에 무대와 부스를 설치해 음악 공연 등을 선보이는 행사로 이후 현지 도로법이 개정되는 밑바탕이 됐다. 위 러브 텐진 협의회 제공 |
- 韓 닮은꼴 日 관련 법 개정 성과
- 구역제한 등 한계… 보완점 남아
- 후쿠오카음악도시협의회 활동
- 현장·행정 함께 해법 모색 창구
- 도심 음악축제 ‘스트리트 파티’
- 민관, 특례 찾아 규제문턱 넘어
지난 18일 오후 4시 일본 후쿠오카시 텐진의 라이브 하우스 ‘요지겐’(四次元).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20대 대학생부터 30·40대 직장인까지 다양한 나이의 관객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밴드의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 손에 음료를 들고 가볍게 리듬을 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무대 앞 펜스를 붙잡고 온몸을 격하게 흔드는 이도 있었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뜨겁고 열정적인 광경이었다.
후쿠오카는 인디 음악 문화가 발달한 도시다. 항구도시이자 수많은 스타 음악가를 배출해 영국 리버풀에 빗대 ‘일본의 리버풀’로 불린다. 주목할 것은 공연장의 열기만이 아니다. 이곳은 음악인과 공연장 운영자, 행정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의 어려움을 나누고 해법을 모색한다. 그 중심에는 2021년 출범한 ‘후쿠오카음악도시협의회(MCCF)’가 있다. 후쿠오카시 관계자와 대학 교수, 기획자, 공연장 운영자, 예술가 등 20여 명이 참여하는 협의체는 현장과 행정을 잇는 창구 기능을 한다.
■민관 소통의 장 |
| 지난 7월 후쿠오카음악도시협의회가 주최한 교류 행사 모습. MCCF 제공 |
MCCF가 출범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공연이 취소되고 공연장이 문을 닫으며 지역 음악계는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음악인과 공연장 운영자가 개별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어려움을 함께 논의하고 행정에 전달할 통로가 부족했다. 흩어진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행정과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MCCF다.
MCCF는 다양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다. 업계 관계자들이 교류하는 행사를 열고, 민관이 참여하는 심포지엄과 서밋을 개최해 정책 현안을 논의한다. 거리 공연을 기획하거나 예술인을 기업 행사와 연결해 무대에 설 기회도 제공한다.
지역 음악계 정보를 모은 데이터베이스(DB) 구축도 주요 사업이다. 눈여겨볼 점은 라이브 하우스와 음악 바, 클럽 등 민간 소공연장도 음악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본다는 것이다. 일본의 민간 소공연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식점으로 등록된 경우가 많아 전산으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MCCF는 자체 조사로 이들 공간을 찾아내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MCCF 홈페이지에서는 음악인과 기획자, 관련 사업자, 공연장 등 590여 건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후쿠오카시 콘텐츠진흥과 모리조노 코스케 계장은 “시는 민간 소공연장을 음악 문화와 산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보고 있다”며 “MCCF 사업은 물론 ‘후쿠오카 뮤직먼스’ 등 시와 민간이 공동 주최하는 대형 음악 축제에도 이들 공간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춤 규제 풀었지만 간극 여전 |
| 지난 18일 후쿠오카 라이브 하우스 ‘요지겐’에서 인디 밴드가 공연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
MCCF와 같은 소통 창구는 제도와 현장의 간극을 좁히는 데도 역할을 한다. 2015년부터 이어진 일본의 춤 규제 완화 과정에서 이런 협의체의 필요성을 살펴볼 수 있다.
10여 년 전까지 일본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며 춤을 추게 하는 영업은 ‘풍속영업’(유흥업)에 해당됐다. 음식점으로 등록한 라이브 하우스 등에서 관객이 춤을 추면 무허가 풍속영업으로 단속됐다. 문을 닫는 클럽이 늘자 2012년 음악인을 중심으로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5년 관련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음식점으로 등록된 민간 소공연장에서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자정까지 관객이 춤을 출 수 있게 됐다. 심야에 운영하고 싶은 공연장은 ‘특정유흥음식점영업’이란 새로운 업종을 만들어 등록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법 개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특정유흥음식점영업은 정해진 구역에서만 허가받을 수 있어 구역 밖 업소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2018년 일본 도쿄에서는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운영하던 한 클럽이 음식점으로 등록한 채 심야 영업을 하다 단속돼 논란이 일었다. 이곳은 허용 구역 밖에 있어 특정유흥음식점영업으로 허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이 바뀐 뒤에도 제도와 현장 사이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 셈이다.
이처럼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현장에 필요한 부분을 살피고 보완하기 위해 MCCF 같은 민관을 잇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MCCF 토미타 이부키 코디네이터는 “MCCF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행정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현장의 요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상시 소통 창구를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요구가 있을 때 제언서 등을 행정에 전달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바꾼 규제 특례 실험후쿠오카는 민관이 함께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이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한 경험도 있다. 2014년 시는 지역 기업과 단체, 주민 등으로 구성된 단체 ‘위 러브 텐진 협의회’와 함께 텐진 일대에서 음악 문화 축제 ‘후쿠오카 스트리트 파티’를 개최했다. 차량 통행을 막은 도로에 무대와 부스를 설치하고 음악 공연과 거리예술 등을 선보였다.
행사를 열기 위해서는 규제의 문턱을 넘어야 했다. 일본 도로법상 도로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도로 외에는 놓을 공간이 없어야 한다는 ‘무여지성’ 조건이 있었다. 도로에 무대나 부스를 설치해 행사를 여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정이었다.
주최 측은 ‘국가전략특구’ 제도에 주어진 규제 특례에서 해법을 찾았다. 국가전략특구는 지역·분야를 한정해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다. 지자체나 사업자가 새로운 특례를 제안하고 정부 협의 등을 거쳐 활용할 수 있다. 후쿠오카시는 무여지성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도록 한 ‘도로 점용 특례’를 도입했다. ‘후쿠오카 스트리트 파티’는 이 특례를 활용해 열린 전국 최초 행사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사흘간 열린 첫 행사에 13만 명이 다녀가며 성황을 이뤘다. 이후 팬데믹 직전인 2019년까지 매년 이어지며 지역 인기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실험과 성과는 제도 개선의 밑바탕이 됐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로법을 개정해 정부나 지자체가 지정한 도로에 한해 ‘무여지성’ 기준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덕분에 도로를 활용한 행사를 전국 곳곳에서 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팬데믹 시기 임시 중단된 후쿠오카 스트리트 파티도 올해부터 ‘뮤직 시티 텐진’이란 명칭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위 러브 텐진 협의회 아라세 사토시 사무국장은 “후쿠오카 스트리트 파티는 민관이 함께 현장에서 가능성을 검증하고 법 개정으로 이어간 사례”라며 “‘오방가르드 사태’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활용한다면 현장에 맞는 합리적인 기준을 찾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