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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67> 벽에 걸린 부산의 여름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부산 해수욕장 풍경

  • 유연미 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사
  •  |   입력 : 2026-08-06 19:10:3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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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욕장 방문 기념 페넌트.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한때 여름휴가를 다녀온 집 벽에는 작은 깃발 하나가 걸려 있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이라는 이름과 푸른 바다가 담긴 오각형 모양의 방문 기념 페넌트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부산 바다를 다녀왔다는 기쁨과 여름날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게 해 주는 기념품이자, 집 안에 남겨진 여행의 흔적이었다.

지금이야 부산을 찾는 일이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때 부산은 수도권 사람들에게 큰마음을 먹어야 떠날 수 있는 여름 휴가지였다. 이러한 심리적·시간적 거리를 크게 좁혀 준 계기 가운데 하나는 1970년 전 구간이 개통된 경부고속도로였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부산의 바다는 ‘멀리 있는 바다’에서 가족과 함께 떠나는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로 한층 가까워졌다. 그 결과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의 여러 해수욕장은 전국의 피서객이 모여드는 대표적인 여름철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것은 관광 홍보물이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여행 정보를 검색하거나 다른 사람의 여행 영상을 쉽게 볼 수 없던 시절, 화려한 색감의 관광 안내 책자와 포스터는 부산 바다를 생생하게 상상하게 하는 창이었다. 시원한 바다와 북적이는 해변을 담은 사진은 사람들의 발길을 부산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또 다른 기다림이 이어졌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사진관에 맡기고 인화가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렸으며, 여러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은 몇 장씩 더 뽑아 나누어 갖기도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즉시 지우고 여행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오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비록 조금 느렸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진하게 기억에 남는 여행 문화였다.

여행지에서 구입한 작은 기념품 역시 그 기억을 오래 붙잡아 두는 역할을 했다. 페넌트는 사진과 함께 여행을 추억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해수욕장의 이름이 적힌 작은 깃발은 여행을 다녀왔다는 증표이자, 지나간 여름의 추억을 눈앞에 일깨워 주는 선물이었다. 오늘날에는 거의 자취를 감춘 이러한 페넌트들은 당시 사람들이 부산의 바다를 어떻게 기억하고 추억했는지를 보여주는 시대의 흔적이다.

국립해양박물관에는 해수욕장 페넌트를 비롯해 당시의 해수욕장 사진과 관광 홍보물 등 부산의 여름과 해양문화를 보여주는 생활사 자료가 여럿 남아 있다. 이 자료들은 단순한 옛 물건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부산을 찾았고, 그 여행을 어떻게 기억했는지를 전하는 기록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무르익는 지금, 부산의 바다를 찾게 된다면 눈앞의 푸른 바다와 함께 한때 집 벽을 장식했을 작은 페넌트 속의 여름도 함께 떠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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