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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범 혀 깨물었다 억울한 옥살이, 56년 만에 한 풀릴까

사건 당시 18세였던 70대 여성, 성폭행하려던 남성에 저항하다 중상해죄로 구치소 6개월 수감

  • 박정민 기자
  •  |   입력 : 2020-05-05 22:01:14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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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 과정서 판검사 2차 가해도

- 해당 여성 “정당방위” 재심 청구
- 여성단체 오늘 부산지법 앞 회견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한다.

부산여성의전화 등 353개 여성·시민단체는 6일 오후 1시 부산지법 정문 앞에서 ‘성폭행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재심 청구는 미투(ME TOO)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부산에 사는 최말자(당시 72세) 씨가 부산여성의전화 상담실로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최 씨는 재심 청구일로부터 정확히 56년 전인 1964년 5월 6일(당시 18세),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 씨에게 저항하다 노 씨의 혀를 깨물어 1.5㎝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노 씨에게 상해를 입혔다며 최 씨를 ‘피의자’로 봤고, 검찰 조사 첫날 아무런 고지 없이 구속했다. 최 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채 6개월여간 수사·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강압적인 태도로 최 씨가 ‘고의로 노 씨의 혀를 절단했다’고 몰아갔다. 또 담당 수사 검사는 모욕적인 말과 위협적인 행동을 하며 최 씨에게 가해자와 결혼할 것을 종용했다. 최 씨는 당시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폐해져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가해자는 사죄는커녕 최 씨에게 결혼을 요구했다. 결혼하지 않을 거면 돈을 달라며 최 씨 집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하고 협박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은 노 씨에게 강간미수 혐의조차 적용하지 않은 채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로만 기소했다. 검사는 노 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노 씨에게 최 씨보다 적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최 씨에게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고 되묻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

이후 최 씨는 가족의 냉대와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았다. 최 씨는 미투운동을 보며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이 아직도 성폭력 피해를 입는 현실에 분노했다. 용기를 내 부산여성의전화에 찾아가 상담했고, 올해 재심 청구를 결심했다.

고순생 부산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최근까지도 사법기관은 가해자의 폭력에 대항한 피해자의 방어행위를 정당방위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은 여성의 방어권에 대한 사법기관의 인식 부족을 낱낱이 밝히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아 큰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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