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9월 1일 창간 5주년 기념일을 맞은 국제신문(당시 국제신보)은 발행인 명의로 1면에 기념사를 실었다. ‘과연 기념사가 맞나’ 싶을 만큼 이 글은 온통 반성으로 가득 찼다. 일부를 인용하면 이러하다. “… 아무리 객관적으로 외부의 억압이 있다손 치더라도 절대로 필봉을 굽혀서는 아니 될 경우에 부득이 필봉을 굽히게 되어 신문 본래의 사명에 배타되는 보도를 간혹 되풀이한 사실을 자인하고 여기에 그 과오에 대한 책임을 통절히 느끼는 바이다.”
세월이 흘러 1972년 9월 1일 창간 25주년 기념일을 맞은 국제신보는 여전히 기념은 뒷전이고 반성과 다짐이 먼저다. 그날 1면 ‘도청도설’ 일부는 이렇다. 창간 25주년을 사람의 성년에 빗대어 표현했다. “… 미숙하고 모자라고 부끄러운 성년을 독자에게 경건히 사과하고 머리 숙여 자성하는 날로 맞이한다.” 글은 이어진다. “신문은 누구의 것도 아닌 시민의 것이며 사회와 양식·양심과 더불어 있는 공동운명체라는 자명한 원리와 진리를 더욱 관조해 보는 자성의 생일날.”
국제신문은 지금도 그때도 사기업인데, 끊임없이 치열하게 공공 가치와 공익을 추구한다. ‘신문은 누구의 것도 아닌 시민의 것’이라고 창간 25주년 ‘도청도설’에 썼을 당시 국제신문 대주주는 한국 최고·최대 사기업이던 럭키그룹(현재 LG·GS 그룹의 모태)이었다. ‘언론은 공공재’라는 명제가 시민사회와 시민 개인의 뇌리에 얼마나 확고했는지 알 수 있다. 1980년 신군부 독재 세력이 국제신문을 강제 폐간했지만, 1989년 오뚝이처럼 복간한 바탕에도 시민과 지역사회가 믿는 상식인 ‘언론은 공공재’ 명제가 있었다.
현재 국제신문 모든 구성원은 ‘국제신문 살리기’ ‘국제신문 정상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투쟁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고 이끄는 정신은 국제신문 역사와 전통 속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그건 언론은 공공재라는 인식이다. 공공재란 쉽게 말해 전기·수도 같은 것이다. 공공성이 매우 높은 상품이어서 판매나 공급에서 공익 원리가 적용되며, 적어도 이 자원을 갖고 개인이 사익만을 취하게 하는 건 곤란하다는 사회 합의가 작동한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언론단체·노동단체 그리고 정치권, 지역사회가 국제신문을 지지하며 강조하는 구호 가운데 “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길”이 있다. 이 또한 언론이 갖는 공익 가치를 시민이 소중하게 여김을 보여준다. 낯선 누군가의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자산을 지키자는 공감이 있다.
조봉권 문화체육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