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지부장들이 5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 국제신문 비상대책위원회의 쳔막 농성장을 찾아 기업회생 동의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막 농성은 이날로 36일째를 맞았다. 김정록 기자 |
- 노동청, 지광 조사 앞두고 불 끄기 꼼수
- 비대위 “능인의 본업 대부업이냐” 거부
- 재판부엔 회생절차 예정대로 진행 호소
- 인수 예정자는 투자금 전액 이미 완납
국제신문 회생의 운명을 가를 관계인집회를 닷새 앞두고, 국제신문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주주 능인선원의 ‘102억 원 대여’ 제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능인선원 측이 제안한 금액의 배가 넘는 인수 대금을 완납한 인수 예정자의 ‘투자’와 회생절차 폐지를 내건 대주주의 ‘대여’ 가운데 어느 쪽이 국제신문을 지속 가능한 회사로 만들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변칙은 안 된다. 반칙을 막아야 한다”며 재판부에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5일 국제신문 비대위에 따르면 HJ중공업 등이 참여한 에코프라임마린컨소시엄은 최근 국제신문 인수대금을 완납했다. 능인선원 측이 제시한 대여금 102억 원보다 훨씬 많은 인수대금은 회사가 갚아야 할 빚이 아니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이 돈으로 체불 임금·퇴직금과 회생채권을 변제하고, 남은 채무를 정리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구조다. 3년간 고용 보장도 약속돼 있다.
반면 능인선원 측은 지난달 말 체불 임금·퇴직금 중 68억5000만 원을 대여 방식으로 넣겠다고 했다가, 지난 4일에는 부산회생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계열 법인 능인정법원이 관리인과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맺어 102억 원 전액을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오는 10일 관계인집회 전에 넣겠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6년간 안 주던 임금·퇴직금을 이제 와서 빌려주겠다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국제신문이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 체불 임금을 갚으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이 돈의 성격을 문제 삼는다. 비대위는 “대여금으로 공익채권을 해소하는 건 결코 ‘완전한 변제’가 될 수 없다”며 “또 다른 형태의 채권으로 회사의 자본구조를 악화하고, 대주주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법원이 인정한 능인 측 채권은 이미 170억 원이 넘는데, 대여가 이뤄지면 270억 원대로 불어난다. 비대위 관계자는 “직원들이 앞으로 벌어들일 돈으로 대주주 빚을 갚게 만드는 구조”라며 “빚더미의 회사를 다른 빚으로 돌려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능인 측은 한 일간지 광고와 의견서에서 “20년간 25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회사를 지원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같은 돈의 상당 부분을 법원에는 돌려받아야 할 대여금으로 신고해 170억 원이 넘는 채권을 인정받았다. 능인선원이 최대 채권자가 된 것도 그동안 운영자금으로 넣은 돈을 모두 대여금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회계상 250억 원의 실체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헌신이라면서 그 돈을 빚으로 받아내겠다는 것이냐. 능인선원의 본업이 대부업이냐”고 반문했다.
비대위는 능인 측의 막판 제안이 법원이 허가한 회생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본다. 국제신문이 재판부로부터 허가받은 회생절차는 ‘인가 전 M&A’다. 비대위는 “인가 전 M&A는 부실한 대주주를 정리하고 새로운 자본으로 회사를 정상화하라는 것”이라며 “대주주의 막판 대여 제안은 재판부의 결정 취지를 무시하고 회생절차를 지연 또는 무산시키려는 얕은 수”라고 비판했다.
진정성도 의문이다. 능인 측은 지난달 30일 110억 원이 넘는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냈다. 갚을 돈이 있었다면 체불이 쌓이는 동안 왜 갚지 않았는지, 왜 회생 기한을 코앞에 두고서야 나섰는지 의문이 남는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광 스님은 국회 동행명령에 이어 부산고용노동청의 피고소인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관계인집회와 회생 기간 종료, 국회 고발과 노동청 소환 조사가 임박하자 급한 불을 끄려고 꼼수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능인선원 측은 5일 한 일간지 광고에서 “최대채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대주주가 강제로 변경되고 최대채권자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의견서에서는 비대위가 지난달 29일 68억5000만 원 제안을 거부하고 같은 날 지광 스님을 고소한 것은 “기존 대주주 축출” 목적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관계인집회는 오는 10일,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20일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