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겨울(핵전쟁 파괴)에서도 생존한다는 바퀴벌레 같다’. 2019년 1월 영국 보수당 대표이자 총리였던 테레사 메이를 가리켜 영국 일간지가 일갈한 표현이다. 대처에 이은 두번째 여성 총리로 각광받은 건 잠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면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당 대표로서도, 총리로서도 정치생명이 끝난 것 같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기사회생했다. 어떨 땐 브렉시트파가, 어떨 땐 반브렉시트파가 그를 구해냈다. 메이 총리는 그렇게 3년 12일을 버텼다.
국민의힘은 2020년 미래통합당이 당명을 바꾸고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조정훈의 시대전환을 흡수해 만들어졌다. 6년간 당 대표는 4명이 전부다. 잦은 지도부 붕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가동된 것만 8번, 권한대행이나 직무대행 체제는 셀 수도 없다. 전직 대표 중 당에 잔류하는 사람은 김기현 뿐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쫓겨나다시피 당을 나와 새로운 정당을 차렸고, 한동훈 전 대표는 당원게시판 문제로 지도부와 갈등을 빚다 제명됐다. 국민의힘은 2024년부터 전국 단위 선거를 내리 3연패 기록 중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최장수 당 대표 재임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8월 26일 전당대회에서 김문수를 꺾고 선출된 장 대표는 지난 25일로 425일째를 맞았다. 앞서 최장수 재임기간은 이준석 전 대표의 424일이었다. 판사 출신 1.5선 의원인 장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단식이나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성을 선보인 사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윤어게인’ 세력에 편승해 대장동 항소 포기와 조작기소특검법 국면에서 외부와 싸우기보다 내부의 적 골라내기에 집요함을 발휘하고, 패색이 역력하던 지방선거 직전 뜬금없이 방미 길에 오르는 등 끝없는 논란의 연속이었다.
6·3 지방선거 성적표와 함께 투표용지 부족 사태까지 터졌을 때 일부 보수 지지자 사이에선 탄식이 쏟아졌다.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남을 지켜내고 부정선거론이 재점화된 결과가 장동혁 체제 유지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실제로 장 대표는 부산과 서울에서 지면 물러나겠다고 했으나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자평 아래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오히려 전국 재선거를 주장하며 버티고 있다. 줄곧 내리막길이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엔 더불어민주당보다 오히려 높아졌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일뿐인 건 장 대표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최장수’라는 타이틀이 왠지 조롱처럼 들린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