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항구에서 뱃길로 최소 세 시간, 길게는 여섯 시간. 가장 많은 이가 이용하는 포항에서부터 200㎞를 가면 울릉도가 나타난다. 수평선 위로 해발 1000m 가까이 솟은 울릉도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250만 년 전에서 5000년 전까지 신생대 화산 활동의 결과로 탄생한 울릉도는 나리분지를 둘러싼 성인봉과 송곳봉 등 봉우리에서 뻗어 내린 가파른 단애가 거친 파도와 바로 만난다. 그런데 천혜의 경관과 독도라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을 지닌 울릉도의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이달 초 7년 만에 울릉도를 찾았다. 포항 영일만항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도착한 사동항 일대는 울릉공항 공사로 다소 어수선했다. 평일이었지만 출구 앞에는 단체 여행객을 맞는 여행사 직원들이 줄 서 있고 렌터카 예약 손님을 태운 셔틀 차량도 잇따라 출발한다. 얼핏 활기차 보이지만 예전 북적대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라 보였다.
실제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022년 46만1375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울릉도 관광객은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3년 연속 줄며 10만 명 이상 감소했다. 감소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연간 30만 명 선을 지켜내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울릉도 관광객이 줄어드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이른바 ‘비계 삼겹살’ 논란을 비롯해 음식값과 숙박비, 렌터카 비용 등에 대한 불만이 잇따랐다. 불편한 데다 비싸기까지 한 관광지라는 인식이 퍼졌다.
울릉도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울릉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여느 여행지와는 다른 점이 많다. 자재와 인부를 뭍에서 조달해 짓는 숙소를 육지의 기준에 맞추기 어렵다. 식재료 대부분을 육지에서 반입하기에 음식값도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관광객들이 그런 걸 일일이 따져 가며 이해해 주지는 않는다. 비슷한 논란으로 2023년부터 4년 연속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제주의 상황이 겹쳐 보인다. 제주의 내국인 관광객 감소 요인으로 꼽히는 항공기 좌석 공급 부족, 항공권·렌터카·숙박비 부담 문제는 울릉도와 닮은꼴이다.
제주나 울릉도와 달리 올해 부산 관광은 아직 어디인지 모를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64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부산시가 올해 ‘외국인 관광객 4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는데 이마저도 조기 달성하는 분위기다. 부산의 발견이랄까 서울과 다른, 도심과 바다와 산에 미식까지 더해진 부산만의 매력에 외국인들이 눈을 돌렸다. 대만 여행객을 중심으로 부산 여행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가 재방문을 갈망하는 여행 후유증을 말하는 ‘부산병’이 확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연간 외국인 관광객 400만 명이라는 눈부신 성과만큼 그늘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6월 BTS 월드 투어 당시 불거진 숙박업소의 바가지 문제는 부산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혔다. 공연을 앞두고 숙박 요금 과다 청구와 일방적 예약 취소 등 바가지 피해가 늘어나며 지난 5월 전국에서 접수된 관광불편신고 368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5건이 부산에서 발생했다. 숙박업소의 바가지 문제는 해마다 부산불꽃축제 때 되풀이돼온 일이다. 올해도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호텔이 축제 당일 숙박 요금을 평상시보다 많게는 5배까지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부산관광호텔업계 관계자들이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머리를 맞댔고 부산시는 광안리 해변서 바가지 숙박 근절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캠페인은 캠페인일 뿐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은 의문이다.
요즘 울릉도 관광객이 줄어든 이유로 꼽는 비싼 음식값과 숙박비, 불편한 교통 등은 관광객 수가 정점에 달했던 2022년에도 관광객들이 불만을 표시하던 것이다. 터질 게 터졌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부산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숙박업소 바가지나 교통 이용 불편과 같은 요인들이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은 아니다. 숫자에만 빠진다면 부산 관광의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여행객들의 선호도는 사소한 계기로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여행가 남원상의 책 ‘고베의 발견’을 보면 그가 미식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에 소개된 고베 맛집을 찾는 여정이 나온다. 그 중 요네하라 마리가 ‘장사진 행렬을 기다려’ 슈크림을 샀다는 맛집 ‘에스트 로열’을 찾아갔을 때 장사진은커녕 손님이 한 명도 없어 의아해했다. 그가 나중에 현지인에게 들은 이유는 “맛이 좀 바뀌었다”는 것이다. 맛집을 찾는 발걸음이나 여행지를 찾아가는 발걸음이나 다를 게 없다. 언제, 어떤 일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방아쇠가 될 지 모른다. 울릉도나 제주도와 같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헤쳐나갈지 잘 나갈 때 준비해 둘 일이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