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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룩백’의 한 장면. |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명성을 떨친 ‘룩백’이 실사 영화로 나온다는 사실을 듣고 처음 떠올린 생각이 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서정과 그 이면에 잠겨 있는 창작의 고통, 서로가 응원하며 성장하는 인물 간의 심리를 어떻게 실사의 이미지로 구축할 수 있을까였다.
그런 의미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을 맡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계 안에서 문득문득 드러나는 섬뜩한 면모와, 그럼에도 남아 있는 희망을 그려내는 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현대 일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으로 만들어 준 그의 특기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후지노는 학교 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하며 인기를 누리지만, 어느 날 등교 거부 중인 같은 반 쿄모토의 그림을 보고 압도적인 실력에 충격을 받아 그림을 그만둔다. 졸업식 날 선생님의 부탁으로 졸업장을 전해 주러 간 후지노는 쿄모토와 처음 만나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함께 만화를 그리며 성장한다. 그러나 둘의 예술 세계의 길이 갈리고 뜻하지 않은 비극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의 서사는 원작의 결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다만 만화적 과잉이나 표현을 배제한 채 담백하고 담담하게 인물의 심리를 묘사한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절의 활용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풍경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인물의 성장과 심리, 나아가 영화의 호흡과 리듬을 만든다. 또 원작에서 축소됐던 쿄모토의 서사가 추가되면서 후지노뿐만 아니라 쿄모토가 그림을 그리며 보낸 시간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새롭게 창조된 ‘룩백’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등’을 바라보는 이미지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인물의 뒤를 비추며 보이는 등은 관객이 두 사람이 함께한 수많은 시간과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만든다.
무엇보다 언급하고 싶은 건 최후반부, 쿄모토의 회화를 후지노가 발견하는 장면의 연출이다. 이는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두 주인공의 정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독 본인이 예술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한 명의 창작자로서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창작 활동은 외롭고 때로 아무런 보상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룩백’은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 작품을 기다려주었다는 기억 하나, 그리고 꿈을 위해 함께 보낸 시간. 이 두 가지가 후지노와 쿄모토가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음을 상기시킬 뿐이다. 이 영화를 본 누군가는 그 기억과 추억을 등에 지고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갈 것이다. ‘룩백’의 마음이 귀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