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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부산 16곳 5년간 5만장 불법 게시

  • 임동우 기자 help@kookje.co.kr
  •  |   입력 : 2026-10-14 19:35:37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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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서별 알아서” 상당수 현황도 몰라
- 민간엔 4년 동안 53억 과태료 부과
- 지정 게시대 부족하다며 다른 잣대

부산 16개 기초지자체가 업무 수행을 핑계로 관내 곳곳에 불법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군은 민간이 불법 현수막을 달면 막대한 과태료를 부과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같은 불법을 저질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비판 여론이 인다.

14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부산 16개 구·군은 약 10만9100장의 현수막을 제작했다. 기초지자체는 명절 인사, 수능을 앞둔 수험생 응원부터 각종 행사 안내를 목적으로 현수막을 만들었다.

11만 장에 달하는 현수막 가운데 불법 현수막은 과반(약 5만1000장)이 넘지만 사상구 해운대구 영도구 기장군 등의 현수막 담당 부서조차 불법 게시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지정 게시대에 거는 것 외에는 현수막을 만든 부서가 별도의 통보 없이 알아서 게시해 불법 현수막 현황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옥외 광고물 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구·군이 공적인 목적으로 제작한 현수막이라도 행정 절차를 거친 뒤에 지정 게시대에만 걸어야 한다. 길거리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달 수 있는 현수막은 국회의원 또는 정당 현수막만 가능하다.

기초지자체는 지정 게시대 수가 한정적이어서 건널목 등에 현수막을 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북구 관계자는 “현수막을 달고자 하는 부서도 수량도 많다. 반면 지정 게시대는 부족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현수막을 건다”고 말했다.

구·군은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불법 현수막을 단다. 같은 행위라도 기초지자체 불법에는 눈을 감지만 민간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16개 구·군이 불법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이유로 부과한 과태료만 53억 원이 넘는다.

금정구에서는 불법 현수막을 두고 편법까지 기승을 부린다. 윤일현 금정구청장은 지난 추석을 앞두고 자신의 명의로 제작한 현수막 32장을 구 곳곳에 걸었다.

윤 구청장의 추석 현수막을 두고 신고가 접수됐지만 구는 구청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구청장이 주민 등에게 인사를 할 목적으로 게시된 현수막은 맞지만 구가 280여만 원을 들여 제작·게시했기 때문에 윤 구청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이를 게시한 공무원에게도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았다.

민간에는 꼬박꼬박 과태료를 부과하면서도 스스로의 불법 행위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군의 행태를 학계는 강하게 질타한다. 동아대 김형빈(행정학과) 교수는 “구·군의 현수막 행정은 공정하지 않다. 같은 행위에는 동일한 책임이 부과돼야 한다. 기초지자체가 했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만약 구·군이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관련 법 개정 등을 요청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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