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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배지의 실력행사

국정감사, 의정활동의 ‘꽃’…국회서 진짜 실력 입증해야

野, 장외투쟁보단 국감 집중…與, 객관적인 정책검증 필요

  •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   입력 : 2026-10-04 18:43:2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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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됐다. 각 의원실마다 소관 부처에 요구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보도자료가 쇄도하는 것에서부터 국감 시즌을 체감한다. 국회가 국정 전반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국감은 의정활동의 꽃으로 꼽힌다.

한때는 ‘국감 스타’란 표현도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1988년 당시 통일민주당 초선 의원이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전국의 노사분규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실태 자료를 토대로 정부와 대기업을 추궁했는데, 당시 이해찬 이상수 의원과 함께 ‘노동위 3총사’로 꼽히며 맹활약했다. 해외개발공사 국감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형 전경환 씨에게 공사 자금으로 해외여행 경비를 불법지원한 의혹을 따져 묻는 모습 등으로 ‘정치적 효능감’을 입증했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실력’을 보여주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언론에서 종종 국감 스타를 선정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초선 노무현’이 보여준 국감 스타와는 결이 다르다. 최근에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거나 삿대질과 막말을 하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고 유튜브에서 전체영상으로, 숏폼으로 박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유튜브 국감’이 뉴노멀이 된 2024년, 2025년 국감이 역대 최악으로 불리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정치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의원들이 각 진영의 강성 지지층에게 보여주기식 기행을 일삼는 현상도 더 심화한다. 하지만 그 언행의 시시비비를 따지지도 않고 각인의 정도를 두고 국감 스타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의 국정 운용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송곳검증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지는 만큼 국감은 야당의 시간이다. 특히 이번 국감은 이재명 정부의 인사 참사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책임론, 대미투자를 둘러싼 한미관계 외에도 북한의 지뢰·미사일 도발 등 정부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소재가 산적해있다.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 ‘제로’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야말로 이번 국감에서 실력을 입증해야 할 터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10월 3일 개천절에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이재명 정권 심판 민생회복·안보수호 국민행동대회’를 열고 대여 투쟁에 나서는 것을 선택했다. 야당으로서 국감에서 이재명 정권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파고들어도 모자랄 시간에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회의원이 법적 권한을 활용해 자신의 역량과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정상적인 실력행사를 하는 것보다 장외에서 반정부 여론을 자극하며 정부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야당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은 최근의 잇따른 정책실패에 따른 실망감이다. 가령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한미 간 대미투자 불협화음 등 국민이 비판하고 염려하는 사안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제시까지 속시원 하게 해내는 것이 야당의 역할 아닌가.

장외투쟁에 쏟아붓는 열정을 국민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국감에 집중해보라. 정부여당 실책에도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20~30% 대 지지율 박스권에 갇혀있는 자업자득의 상황에서 제1야당으로서 제대로 된 정책 검증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정부여당 실책에 실망한 민심이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여당은 국감에서 무조건적인 정부 정책 감싸기, 야당 탓만 해서는 안된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의 주제로 민생을 앞세운다. 하지만 민생경제를 위해 이러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보다는 ‘정부여당의 민생 행보를 국민의힘이 방해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더 강하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다수당인 민주당은 사실상 개헌 말고는 못할 게 없는데도 민생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다며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야당에게 협조하라고 하면서 부동산 문제 책임을 전임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돌리면 민생 협치가 가능하겠는가.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합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여야 모두 이러한 지적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국감을 앞두고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증인채택 논쟁이 불붙었다. 야당은 또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책 검증과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쟁만 벌어지는 현상이 반복될 조짐이다. 증인채택 공방으로 국정을 감시감독하는 시간이 허비되면 국민의 피로감만 높아질 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도 국감 무용론이 나오지 않으란 법은 없다.

김태경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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