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 상어가 출몰하며 시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과 상어라는 다소 이질적인 조합은 온라인 공간에서 순식간에 ‘부캉이’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자칫 피서객 축소나 안전사고에 대한 공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자연 현상이, 유쾌한 관심과 캐릭터적 상상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러나 일회성 밈(Meme)으로 소비되고 잊히기에는 이 뜻밖의 방문객이 가진 지역 브랜딩으로서의 잠재력이 결코 작지 않다. 사실 부산시에는 이미 갈매기를 형상화한 공식 소통 캐릭터 ‘부기(Boogi)’가 존재한다. 부산시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 개발한 대표 마스코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부산 시민조차 ‘부기’의 존재를 모르거나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수많은 지자체가 톱다운 방식으로 기획한 캐릭터들이 공무원의 실적용 보고서나 행사장의 일회성 인형탈로 소모되다 잊히는 관료주의적 캐릭터 마케팅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시민의 자발적인 애정과 스토리가 결여된 공공 지식재산권(IP)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도 생명력을 얻기 어렵다.반면 우발적인 이슈와 자발적 관심에서 탄생한 자원을 지역 성장 동력으로 반전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일본 지자체들의 유루캬라(느슨하고 친근한 캐릭터) 브랜딩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마모토현의 쿠마몬(Kumamon)은 2011년 큐슈 신칸센 개통 당시, 통과역에 불과했던 구마모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 구마모토현은 단순히 인형탈 하나를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구마모토현 영업부장이라는 지자체 공식 직책을 부여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구마모토에 발을 딛는 순간 공항과 기차역은 물론, 길거리 간판, 심지어 특산물 포장지와 택시 도색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체를 쿠마몬의 무대로 탈바꿈시키며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었다. 시가현 히코네시의 히코냥이나 치바현 후나바시시의 후나시, 나라현의 센토군 등 일본 전역에서 각 지자체가 서사와 유머를 담아 탄생시킨 캐릭터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침체된 지역 사회에 숨을 불어넣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됐다.
이들 지자체 캐릭터가 거둔 성공의 핵심은 법적·행정적 빗장을 과감히 풀어버린 저작권 개방 및 민간 협력 전략에 있었다. 구마모토현은 현내 기업이 지역 특산품이나 상품을 홍보할 때 쿠마몬 캐릭터를 사용할 경우 로열티를 면제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수많은 소상공인과 농가가 쿠마몬을 자사 제품에 적용했고, 연간 조 단위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하며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한 신화가 됐다.
이러한 해법은 부캉이라는 기회를 맞이한 부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부산 동구가 북항 상어 출몰을 계기로 부캉이 캐릭터 공모 및 기념품 제작 등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선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자칫 기초지자체 단위의 소규모 지역 상품 제작이나 단발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구 단위의 한정된 자원만으로는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 전체를 아우르는 도시 브랜딩으로 확장되는 데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산시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동구의 기초적 기획을 품고, 부산시 전체가 주도하는 광역 차원의 홍보 전략과 법적 지원 체계로 판을 키워야 한다. 단일 캐릭터 중심의 경직된 행정에서 벗어나, 기존 부기와 새로운 부캉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다각적인 홍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초지자체의 경계를 넘어 하늘의 갈매기와 바다의 상어가 함께 부산의 다채로운 매력을 입체적으로 알릴 때, 무미건조했던 공공 마스코트는 시민과 글로벌 관광객 모두에게 실질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다.
결국 지자체 캐릭터 마케팅이 지속가능한 지역 자산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상표권 및 저작권을 시 차원에서 명확히 보호하되, 지역 내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들이 일정 가이드라인 안에서 캐릭터를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창의적 가치를 덧입힐 수 있도록 법적 문턱을 대폭 낮춰야 한다. 관료주의에 갇혀 잊혔던 ‘부기’의 한계를 깨고, 부캉이라는 변수를 부산시의 브랜드 기회로 반전시키는 성숙한 컨트롤 타워와 창의적 행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