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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안이 통과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핸드폰으로 장면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 기각 사유 확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과 법조계는 물론 국민 과반 이상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이 검찰 권력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말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만이 당론을 거스른 채 반대표를 던졌다. 남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다. 국민과 민생을 강조하던 대통령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역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2일 성명서를 내고 “형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강력 규탄한다”면서 “온 세상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오만과 독재의 끝은 파국이자 파멸”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통령은 사심 없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도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국민이 국가가 제공하는 법률적 안정장치를 잃었다고 규탄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 법안이 ‘이재명 탈옥법’이라는 오명을 받기 싫다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치 검찰의 폐해를 바로잡아 정상화시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정청래 전 대표의 보완수사권 폐지 언급을 보면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정 전 대표는 지난 6월 22일 당 최고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장하며 “숟가락만큼 큰 추가 수사 권한을 준다면, 언제 그 숟가락으로 칼을 만들어 정권을 공격할지 모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토록 검찰 수사가 두렵다면 애초에 잘못을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백 번을 양보해 ‘억울하게 음주단속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자가 권력을 동원해 음주단속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도 또는 미필적 고의에 따른 음주운전 방조로 선량한 국민이 모든 피해를 볼 것이다.
남은 것은 이 대통령의 결단이다. 지난달 31일 청와대가 내놓은 논평을 보면 거부권 행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확하게 말하면 ‘국회가 아니라 민주당의 판단’이다. 국회가 이미 민의의 대표 기관이 아니라 진영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나선 마당에 대통령이 국민이 아닌 진영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15일 내에 공포하도록 되어 있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3일 귀국하는 이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4일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국민의 대통령으로 남을 것인가, 진영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남은 4년의 국정 동력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