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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법정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일명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된다. 범인 부친이 현직 경찰 간부였고, 수사 담당 경찰관이 주요 증거물을 누락하거나 인멸에 관여한 정황이 검찰 보완수사로 발각되면서다. 애초 경찰은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추가 증거 등을 토대로 무기징역 이상이 가능한 강간살인 혐의로 장윤기를 기소했다. 보완수사가 없었으면 사건이 대폭 축소될 뻔했던 것이다. 전국 단위 렌털금융사기조직을 밝혀낸 창원지검 사건, 동해시장의 수십억 원대 뇌물 수수를 파헤친 부산지검 사건 등도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보완수사권 박탈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검수완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장윤기 사건’은 그 자체도 참혹하지만 담당 경찰과 경찰관 부친 간의 유착, 증거인멸 과정은 훨씬 더 엽기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건 초기부터 아버지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함구하라는 명령이 상부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범인 원룸에 있던 훼손된 리얼돌, 범행 차량 내부의 케이블 타이 등은 계획 범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물이었으나 경찰은 확보하지 않았고 부친이 일부를 없앨 수 있게 협조했다. 수사진행상황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간살인범을 수사하는 경찰이 그의 경찰 아버지와 공모해 사건 축소를 도모했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수사가 그대로 흘러갔으면 장윤기는 겨우 몇년 감옥에서 썩다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 뜻이다.
검찰의 보완수사로 완전히 다른 진상이 드러난 사건은 또 있다. 길 가던 여성을 마구잡이로 폭행한 부산의 돌려차기 사건, 계곡에서 남편을 살인한 이은혜 사건 등도 모두 경찰이 놓친 지점을 검찰이 발견한 사례다. 경찰 수사의 한계는 단순 실수나 판단 오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찰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유난히 무기력하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수사가 1년이 가깝도록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정치검찰 못지 않은 정치경찰이 있고, 토호나 기득권과의 유착도 경찰이 검찰 못지 않다. 견제받지 않는 공룡경찰이 무서운 이유다.
국민 입장에선 검찰도 못 믿고 경찰도 못 믿는다. 그래서 이질적인 두 기관의 교차검증이 중요하다. 오는 10월 검찰청은 폐지되고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가진 중수청과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분할된다.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경찰은 모두 행정안전부 소속이다. 특정 부처가 수사권을 독점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검수완박’이 지난 수십년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검찰의 업보라 쳐도, 정부 여당이 진정 국민의 안위와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생각한다면 보완수사권만은 남겨야 한다. 장윤기 사건 축소 은폐에 관여함으로써 사법체계의 신뢰도를 갉아먹은 경찰을 발본색원 엄중처벌하는 건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