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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 신선대 부두 모습. 연합뉴스 |
지난달 한국의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었다. 산업통상부의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1022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0.9% 늘어났다. 5월(878억 달러)에 이은 두 달 연속 ‘월간 최대 수출’ 기록이다.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수출 월 1000억 달러’를 달성해 의미가 더 크다.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4967억 달러로,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수출 실적이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세계 5대 수출 강국’이라는 꿈이 머지않은 것이다. 무역수지는 361억5000만 달러 흑자로, 월간 무역 흑자가 300억 달러를 넘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역대급 수출의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액은 448억2000만 달러를 기록, 작년 6월에 비해 199.5% 늘어났다. 반도체 외 품목 수출도 1년 전보다 28% 증가, 견조한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AI·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역대급 실적에도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건 분명하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는 데다, 달러당 1500원 대(2일 종가 기준 1555.8원)가 ‘뉴노멀’이 되는 고환율 기조는 원자재·에너지 수입 부담을 키워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수출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환율이 부추기는 고물가로 내수 회복세가 더딘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반도체발 호황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K자 경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생산시설이 수도권 위주로 편중됐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올해 1분기 수도권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대표적 소비지표)는 117.0으로 전년 동기보다 3.8% 오른 반면 동남권은 106.4로 0.2% 상승에 그쳤고, 호남권(88.9·-5.5%)과 대경권(98.1·-3.9%)은 하락했다. 수도권은 부동산 과열 양상이 심해져 경기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 등 3곳이 이달부터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된 데 반해 지방 건설경기는 장기 침체 중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부산은 2945가구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업 수출 수익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는 등 환율 리스크를 완화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정부의 서남권 메모리 반도체 팹 건설 등 ‘3대 메가프로젝트’는 속도전이 필요하다. 동남권은 반도체 투자에서는 소외됐으나, 기계산업 등 전통 제조업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AI 대전환(AX) 가속화로 로봇·피지컬AI 시장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 정부는 이에 관한 상세 로드맵을 오늘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영남권 국민보고회에서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역대급 수출 호황의 온기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고르게 퍼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