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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현욱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최종 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상규명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12명에 대해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선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이유다.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는 심각하다. 중앙선관위는 충분한 예산과 관리 기준이 마련돼 있었음에도 실제 준비 과정에서는 이를 축소 적용했고,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지휘 체계도 미흡했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 조직의 구조적 문제가 확인됐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보장돼 있다. 권한이 큰 기관일수록 더 엄격한 감시와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관위는 특혜 채용 논란, 조직 운영 문제 등으로 국민적 비판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자체 개선을 약속했으나 흐지부지 넘어가면서 이번에는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권 관리에서까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외부 견제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은 채 운영되면서 조직과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가 누적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진상규명위는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 감찰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선관위 지도부부터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재임 중 세 차례 해외 출장을 부부 동반으로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선관위 직원들도 몰디브, 유럽 등 업무와 무관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투표관리 부실 실태와 도덕적 해이 사례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국민은 참담한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
현행 헌법 구조에서는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책임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여야 간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배경이다. 개헌은 여야 합의는 물론이고 여론 수렴과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가능하다. 정치권은 이번 사안을 정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책임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중앙선관위원장 상근제 도입, 감사 체계 법제화 등 현실적 개선책을 차분히 검토해야 한다. 사전투표 등 선거 관리 과정의 허점을 보완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여야 합의로 시작된 국정조사가 이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선관위 운영 전반을 전면 점검하고 난맥의 실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혹 규명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특검도 불가피하다.
선거는 민주주의 출발점이다. 선관위 개혁은 국민의 투표권과 민주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과제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여야 합의를 전제로, 원포인트 개헌을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