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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라노] 중동사태가 쏘아올린 의료용품 수급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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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에이디켐테크 본사에서 직원이 석유화학 중간제품 중 하나인 의료용품 원료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의 한 치과에서 일하는 치위생사 A 씨는 근무 중 필수로 착용해야 하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벗을 때마다 남은 재고를 세어봅니다. 중동 사태로 의료용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3월부터 조짐을 보였던 수급 불안이 4월에 들어서며 현실화됐습니다. A 씨는 “다른 병원들도 주사기와 주사침이 없어서 난리”라며 “소문엔 우리보다 사정이 더 안 좋은 치과는 라텍스 장갑을 구하지 못해 쓰던 것을 멸균 소독해 재사용한다고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의료 소모품 수급 불안정 사태’가 지속됩니다. 주사기, 라텍스 장갑, 수액팩 등 주요 의료용품의 원료가 대부분 나프타 등 석유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종전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부 병·의원에서 물량 확보를 위한 ‘사재기’ 움직임까지 보였습니다. 정부가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의료용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의료용품 수급 부족 사태로 특히 중·소형 병원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공급업체와 연 단위로 계약해 비축분을 충분히 쌓아두는 대학병원과 달리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주문하는 중·소형 병원은 가지고 있는 의료용품 재고가 적습니다. 종합병원 간호사 B 씨는 “병원 규모가 클수록 사정이 더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종합병원은 대학병원보다 의료용품 재고가 부족하고, 동네병원보다는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종합병원도 규모별로 사정이 다 다르다”며 “근무 중인 병원에서는 주사기, 주사침, 수액팩, 변 봉투, 라텍스 장갑 등을 아껴 쓰라는 당부를 매일 듣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대학병원은 당장 코앞에 닥친 어려움은 없는 편입니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C 씨는 “병원 측에서 ‘의료용품 공급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공지가 내려오긴 했지만, 아직까진 주사기 등이 모자라서 난처해진 적은 없다”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껴 쓰라는 말은 들었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주요 의료용품의 생산량 자체는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약포장지와 시럽병은 지난해 월평균 생산량 대비 올해 1분기 생산량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고, 주사기도 전년 대비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생산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물량이 부족하다고 호소합니다. 불안 심리에 따른 사재기가 이어지며 일부 유통업체 중심의 가격 인상과 품절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7주간 매주 50만 개씩 주사기를 추가 생산, 혈액투석·분만 소아청소년 의료기관 등에 우선 공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점매석 금지 고시에 따라 주사기, 주사침 특별 단속반을 투입했습니다. 합동 단속반은 위법 사항을 확인하면 엄중히 조치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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