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과 확전의 기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기름을 부었다. 2일(한국시간) 백악관 대국민연설에서 그는 “앞으로 2, 3주(미군의 철수 시점)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 중이라면서 “이 기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발전소를 매우 강력하게, 동시에 타격할 것”이라고 했다. 2, 3주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면서도 기간 내 파상 공세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이다. 전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공격 재발 방지가 보장되면 종전할 의지가 있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미국은 아랑곳 않고 즉각적인 종전 기대를 저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이란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 사태는 다시 시계제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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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한국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트럼프 연설에 시장은 요동쳤다. 국제 유가(WTI)는 전장보다 6% 이상 뛰어 배럴당 106달러를 넘겼고, 원/달러 환율은 1519.7원으로 급등했다. 코스피도 4.47% 내린 5234.05로 밀렸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우려하는 나라에 “미국에서 석유를 구입하거나 직접 해협을 지키고 석유를 가져가라”고 말했다. 미국이 시작한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전 세계가 난리인 데도 당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해협 의존도가 높은 국가 문제라고 치부하며 수습을 떠넘긴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방관 속에 한국은 ‘에너지 생명줄’인 이 해협을 봉쇄한 이란에 30억 원에 달하는 통행료(초대형원유운반선 대당)를 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불투명한 갈림길에서 정부는 우선 중동발 공급 불안에 따른 에너지 위기관리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정부는 2일 석유 자원안보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올리면서 오는 8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2부제(홀짝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심각’으로의 격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국민의 고통 분담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 산업계 및 민생을 전방위로 강타할 나프타 같은 석유화학 제품, 비료 등 대란의 충격도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전쟁비용을 부과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에서 ‘사후 청구서’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이란 전쟁 지원에 소극적인 한국을 콕 집어 저격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실제 주한미군 수는 약 2만85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무역·안보 면에서 미국의 추가 압박성 조치가 가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작년 기준 16.3%) 확대로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무역 압박에 대응하거나,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한국 대북 억지력도 강화하는 등의 실용외교가 ‘트럼프 재난시대’라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