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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기술자’ 이근안(25일 사망) 포상 박탈되나

독재정권 때 공권력 남용 경찰…7만여 개 공적 조작 여부 조사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26-03-29 19:00:20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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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과거 독재정권에서 고문과 간첩 조작 공로로 포상을 받은 수사 관계자에 대한 첫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제주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9일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1945년 창설 이후 경찰관에 수여된 정부 포상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7만여 개의 공적 사유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취소 대상은 ‘국가 공권력을 불합리하게 행사한 사례’다. 그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협력자 조사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공권력 남용과 관련한 전수조사는 처음이다.

현행 상훈법상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훈·포장 취소가 가능하다. 2017년부터는 정부 표창 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국무총리·기관장 표창도 박탈할 수 있다. 경찰은 조만간 조사를 종료하고 서훈·표창 취소 대상자를 국무총리실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후 심의위원회를 열고 당사자 소명을 들은 후 행정안전부에 취소를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행안부는 2018년부터 경찰과 국가정보원 전신인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 소속으로 간첩 조작에 가담한 74명의 서훈을 취소했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고문과 조작 공로 인정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지난 25일 사망한 ‘고문 기술자’ 이근안은 생전 16개의 상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식적으로 박탈이 확인되는 것은 1986년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에게서 받은 옥조근정훈장 하나뿐이다.

1985년 이근안과 함께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문해 실형을 받은 백모·김모 전 경감 등도 전두환 정권에서 훈·포장을 받았으나 취소되지 않았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총책임자로 2008년 사망한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치안감)은 공개된 포상만 13개에 달한다. 영화 ‘1987’에서 김윤석이 연기한 ‘박 처장’의 모델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궤변으로도 알려져 있다. 보국훈장 수훈자는 국가유공자로 분류돼 교육 지원과 취업 가점 등 여러 혜택을 받는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기관장급 표창까지 합치면 박 전 치안감이 받은 포상은 4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의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검찰과 법원 등 다른 기관으로도 조사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1980년 ‘계엄 수사 공로’로 표창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는 경찰 외에도 방첩사령부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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