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민주자유당 이후 7번째
- 한나라·새누리당 등 변천史 주목
- “쇄신 차원”vs“꼬리 자르기” 평가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약 5년 반 만에 당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9∼11일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 대상으로 당명 개정 여부를 묻는 자동응답(ARS)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책임당원 77만4000여 명 중 25.24%가 응답, 이 중 13만3000여 명(68.19%)이 당명 개정에 찬성했다고 12일 밝혔다. 새 당명은 당원 의견수렴 내용에 더해 국민 공모와 당헌 개정 등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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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국민의힘의 역사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민자당은 헌정 사상 처음 집권여당이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탄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을 개편하기 위해 1995년 12월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노태우의 민정계와 김종필의 공화당계를 몰아내고, 이회창 박찬종 이재오 홍준표 정의화 등을 영입하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새로운 피 수혈에 성공한 신한국당은 총선에서 139석을 차지하면서 원내 1당이 됐다.
신한국당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 등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김영삼에 탈당을 요구했고, 15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그해 11월 7일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조순 총재와 당 통합 및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후 11월 21일 신한국당은 민주당과 통합하며 한나라당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나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줬지만 14년 동안 보수정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나라당의 첫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지만 이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수의 ‘구원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새누리당으로 재편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한국 보수의 상징색이 빨강으로 바뀐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했고, 그해 12월 대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다.
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바뀐다. 자유한국당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결국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흩어졌던 보수 세력을 규합해 ‘미래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꿨으나 100석을 간신히 넘긴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후 등장한 당명이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2024년 총선 대참패와 2025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처럼 보수정당은 지난 36년간 7개의 이름을 썼고, 이름당 수명은 평균 5년이었다. 비자금 차떼기 디도스 탄핵 등 당이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당명 개정이 있었다.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쇄신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위기 모면용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이번 당명 개정을 놓고 부산시당 관계자는 “당명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계엄은 사과했지만 행동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더라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창당 수준의 쇄신과 절박함이 있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당 지도부 소속 A 의원은 “당명이라도 바꾸지 않고서는 변화에 나설 마음도 없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름을 바꿔 외연확장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