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은 오랫동안 가장 안전한 스마트폰으로 인식됐다. 폐쇄형 운영체계(iOS)와 엄격한 앱스토어 심사 구조로 악성 애플리케이션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국내에서 초등학생 아들이 얼굴 인증을 통해 아버지 아이폰 잠금을 해제해 1000만 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몰래 결제하는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얼굴로 사용자를 파악하는 ‘안면 인식’은 눈·코·입 위치와 윤곽 같은 생체 정보를 수치화해 개인을 식별하는 알고리즘 기반 기술이다. 얼마 전만 해도 노화 정도, 조명 강도 등 각종 변수로 오류가 잦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양의 얼굴 사진을 학습해 인물 얼굴을 거의 정확하게 인식하는 수준이 됐다. 구글은 사용자가 사진을 저장하면 함께 찍은 사람이나 동물 사진을 정확히 찾아 주기적으로 앨범 형식으로 보내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 3사와 43개 알뜰폰 사업자가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안면 인증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를 지난 23일부터 시범 실시했다. 도용 또는 위조된 신분증을 제출해 개통한 휴대전화를 보이스피싱등에 악용하는 대포폰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내년 3월 23일부터 모든 휴대전화 개통에 안면 인증을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보다 앞서 2019년 12월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한 중국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통신 사기는 사라지지 않았고 얼굴 정보 유출 및 거래 피해가 발생했다. 노인과 장애인이 안면 인식을 통과하지 못해 휴대전화 개통이 거부되는 사례도 많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법령을 개정해 민간업체가 안면 인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한 이유다.
상당수 시민은 이번 조치로 얼굴 정보 수집·유출을 걱정한다. 안면 정보는 변경할 수 없는 고유한 개인 식별 정보이기 때문에 한번 유출되면 회복할 수 없다. 특히 통신 3사가 해킹을 당한 데 이어 최근 다른 사람 얼굴 사진으로 은행앱 로그인이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 불안감이 커졌다. 정부는 얼굴 사진과 신분증 소지자가 같은 사람인지 확인되면 결괏값만 저장·관리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인증에 사용된 생체 정보 등은 촬영한 휴대전화, 패스앱 또는 관리시스템에 남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해킹 기술 고도화로 개인정보 탈취에서 100% 안전한 경우는 없다. 정부는 보안 대책을 빈틈없이 세운 뒤 제도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