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부산의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이 2년 연속 인천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1조 원 수준이던 양 측 간 격차는 지난해 4조 원대로 3.5배나 확대됐다. 부산의 1인당 지역총소득은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부산 인구 유출과 수도권 경제·산업 집중 등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남 GRDP, 충남 밀어내고 3위 등극

국가데이터처가 23일 발표한 ‘2024년 지역소득(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산의 GRDP(이하 명목 기준)는 121조670억 원으로 전년(116조3660억 원)보다 4.0% 늘었다.

GRDP는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창출된 최종 생산물 가치의 합계를 말한다. 국내총생산(GDP) 개념을 지역으로 한정한 것이다.

지난해 부산 GRDP는 전국 17개 시·도 중 중위권인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구·경제 규모가 비교적 비슷한 인천(125조5920억 원·6위)보다는 낮았다.

이로써 부산 GRDP는 2023년(인천 117조6580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인천에 추월당했다.

특히 지난해 인천 GRDP 증가율(전년 대비)이 부산(4.0%)보다 높은 6.7%에 달하면서 양 측 간 GRDP 격차는 2023년 1조2920억 원에서 지난해 4조5250억 원으로 더 벌어졌다.

물가 변동분을 고려한 실질 GRDP 역시 지난해 부산은 108조660억 원으로 인천(116조4770억 원)보다 낮았다. 실질 기준으로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인천이 부산을 추월했다.

양 측 간 실질 GRDP 격차도 ▷2022년 4조1070억 원 ▷2023년 7조7420억 원 ▷2024년 8조4110억 원으로 확대됐다.

‘성장률’ 개념인 실질 GRDP 증가율(전년 대비) 역시 지난해 부산은 2.7%로 인천(3.1%)보다 낮았다.

지난해 경기지역의 명목 GRDP(651조4170억 원)와 실질 GRDP(597조8260억 원), 실질 GRDP 증가율(3.6%)은 모두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서울의 명목 GRDP(575조350억 원)와 실질 GRDP(514조9210억 원)는 경기에 이어 모두 2위를 차지했다.

명목 GRDP 3위는 경남(151조2410억 원)이었다. 2017년부터 3위를 지켰던 충남(150조6810억 원)을 4위로 밀어내고 처음으로 3위 자리에 올랐다.

조선과 방위산업이 호황을 누린 데 따른 결과라고 데이터처는 분석했다.

●부산 1인당 지역총소득 전국 최하위권

부산 경제가 수도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은 지역 주력산업 침체와 내수 부진, 수도권 인구·산업 집중 등 경제·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경기·인천 등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은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다. 올해 1~11월 반도체 누계 수출액은 1526억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인 지난해 1419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수도권 인구 집중도 지역 간 경제 격차를 더 벌리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부산 인구(이하 주민등록 기준)는 324만3759명으로 1년 전 같은 달(326만8993명)보다 2만5234명 줄었다.

반면 인천 인구는 지난해 11월 301만8589명에서 지난달 305만547명으로 3만1958명 늘었다.

‘1인당’ 기준으로 보면 더 심각하다. 지난해 부산의 1인당 GRDP(이하 명목 기준)는 3708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인 16위에 머물렀다.

1위는 울산(8519만 원), 2~5위는 각각 충남(6776만 원) 서울(6122만 원) 전남(5918만 원) 충북(5633만 원)이었다. 17위는 대구(3137만 원)였다. 부산과 울간 간 격차는 4811만 원에 달했다.

지난해 부산의 1인당 지역총소득은 3845만 원으로 역시 17개 시·도 중 대구(3618만 원)와 전북(3818만 원)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반면 지난해 부산의 민간소비는 78조2460억 원으로 경기(327조3350억 원)와 서울(269조6000억 원) 다음으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