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임기근(왼쪽 두 번째) 기재부 2차관 주재로 ‘2025년도 제5회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 제공

부산항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 민간투자사업’이 끝내 좌초 수순을 밟게 됐다.

사업 추진 방식을 놓고 민간 업체와 주무부처 간 갈등이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투자사업 지정 취소를 최종 확정했다. 2023년 7월 첫 지정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업체의 변경 요구에도 특정 사업 방식을 고수한 해양수산부와 이런 분쟁을 조정하는 데 실패한 기재부 모두에 비판이 집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임기근 기재부 2차관 주재로 ‘2025년도 제5회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열고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 민간투자사업 지정 취소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대형선박 수리 시설을 (부산항에)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2023년 7월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정한 이후 두 차례의 제3자 제안공고(2023년 7월·2024년 5월)에도 사업자가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며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사업방식 변경을 위해 민간투자사업 지정 취소를 (기재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대형 선박과 관련한 검사·수리 서비스 제공 시설을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 부두 남측 수역에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4067억 원이다.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의 ‘신항만 건설 기본계획’에 처음으로 반영된 이후 14년 만인 2023년 7월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정됐다.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것은 사업 추진 방식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앞서 2023년 7월과 지난해 5월 각각 진행된 제3자 제안공고에서 7개 업체로 구성된 최초 민간 사업자는 해수부가 채택한 BTO(수익형 민자사업) 사업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BTO-a(손익공유형 민간투자)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BTO-a는 민간 업체가 시설을 지어 정부 등에 소유권을 양도한 뒤 일정 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BTO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비용 대비 가치’ 수치가 마이너스(-)20%로 나와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 사업자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해수부가 당초 BTO-a 방식으로 민자적격성 조사를 완료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권고에 따라 별다른 협의 없이 BTO 방식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수부는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권고에 맞춰 사업방식을 BTO로 전환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제3자 제안공고는 계속 유찰됐고 해수부가 최종적으로 민간투자사업 지정 취소를 기재부에 요청한 것이다.

이번 지정 취소안 의결로 부산항 신항을 이용하는 대형선박 선사에게 부가서비스를 제공해 항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해수부가 사업방식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추진 동력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민간 사업자와 해수부가 갈등을 겪는 사이 민간투자사업 총괄 부처인 기재부가 적극적인 분쟁 조정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기재부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2월 이 사업과 관련한 회의를 열었지만 명확한 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분쟁 조정 거부’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놓고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정부 기구를 통해 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