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가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관련 부서들이 기후부로 이전, 기후컨트롤타워 체제를 갖췄다. 출범사에서 김성환 장관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4GW 규모에서 100GW로 늘리겠다고 했다. 다른 에너지 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취임 전 기후부 장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기의 원전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으나 취임 후에는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공론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탈원전으로 회귀하려는가 하는 의구심을 낳았다. 지난달 14일 국정감사에서도 재생에너지를 기본 발전원으로 하되 원자력은 기저전력으로서 보조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원전 건설을 원하는 지자체가 없다면 추가 건설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탈원전을 지향하지 않지만 계획된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해서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증가시키겠다는 기후부 장관의 목표 제시는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2024년이 돼서야 한국은 발전량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10.6%가 됐고, 발전용량은 34.7GW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가장 낮은 반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가장 높다. 이런 느린 발걸음은 국내외에서 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윤석열 정부 때는 에너지 전환의 주동력으로 원전을 강조하면서 태양광 보급을 억제하기조차 했다. 그에 비하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향은 근본적으로 옳다.
산업, 일자리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 보급은 중요하다. 최근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 상당수가 데이터센터 및 기타 투자의 예정지로 전남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발표된 것만을 언급하면 삼성SDI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의 국가AI컴퓨팅센터 설립, 삼성전자 및 싱가포르의 뷔나그룹, 미 퍼힐스사 AI데이터 센터, LS전선의 해상풍력 항만 및 공장, BS그룹 및 호텔신라 특급호텔 및 국제학교 등이 전남에 건설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남이 대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를 확대하고 있고 그보다 규모가 더 큰 해상풍력 단지 조성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시킨다고 해서 원전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김성환 장관은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발전의 단가가 가장 낮다고 취임사에 밝혔다. 이는 사실이지만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 자료를 토대로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MWh 당 원전 단가는 53달러, 태양광은 96~120달러, 육상풍력은 110~120달러, 해상풍력은 160~230달러이다. 중국이나 미국, 유럽과 달리 발전설비 규모와 입지 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원전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저 발전원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탈탄소 전원의 상호 대체재로 보려는 시각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억제하고 원자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태양광 보급확대가 지체됐다. 해상풍력도 정권 후반기에 국내외 요구로 촉진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후환경단체들 중심으로 원전 폐쇄 요구가 강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계획됐던 신한울 3, 4호기 착공이 중단되기도 했다. 정권 혹은 가치에 따라 원전과 재생에너지 한쪽으로 치우치는 에너지 정책을 한다면 화석연료 의존도만 높일 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적 손해다.
탈탄소 전환에 따라 항공기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력기관이 전동화될 것이다. 반도체 및 배터리, AI 생태계 등이 대표적으로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미래의 전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이런 국면에서 재생에너지 진영과 원전 진영이 상호 배제의 원리를 작동시키면 살아남는 대안은 화석연료다. 이는 탄소 감축을 억제하고 에너지 전환을 지체시킬 것이다. 김성환 장관은 스스로 ‘탈원전주의자가 아니라 탈탄소주의자’라고 말했다. 원전은 기저전력으로서, 재생에너지는 주 발전원으로 상호보조적 기능을 하면 된다. 장관의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