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역주택조합은 90% 이상 토지 매매계약 및 도시계획 변경 완료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다. 또 모집 공고문에는 사업비를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반드시 담아야 한다.

부산지역 주택가.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17일 국토교통부는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막고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개선안을 올해 중에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0년에 도입된 지역주택조합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사적 이익을 취하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 제도는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토지를 확보한 뒤 주거 공간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사업 절차가 재개발보다 간소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토지 확보가 어려워 사업이 지연되면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게 돼 결국 조합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사례가 많았다. 또 제도가 오래전에 도입된 까닭에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전체 618개 조합 중 396곳을 대상으로 올해 진행된 합동 점검에서는 252개 조합에서 641건의 법령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사업 진행 상황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지연 공개한 사례가 197건(30.7%)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가입 계약서 작성 부적정 52건(8.1%), 허위·과장광고 모집 33건(5.1%)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자 우선 조합원 모집 신고에 필요한 기준을 토지 사용권 50% 확보에서 90% 이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아울러 용도지역·용적률 등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선행됐을 때만 모집 신고를 하도록 한다. 불확실한 사업계획을 가지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한편 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또 조합원 모집 공고문에 사업 수지 분석표 등 추정 비용(토지 매입비·공사비·대행 수수료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한다. 주민들이 사업 경제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합 가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편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은 17일 부산·서울·경기 등 전국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사업 추진 때 겪은 피해 사례와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장기간에 걸친 토지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 지연, 추가 분담금 증가, 과도한 업무 대행비용, 부실한 관리에서 비롯되는 자금 누수 등을 애로 사항으로 거론됐다. 또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데 필요한 토지 확보 요건 완화, 업무 대행사 자격 기준 및 자금 관리 투명성 강화 등도 언급한 뒤 정부가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이 제1차관은 “참석자들이 건의한 내용을 적극 검토해 ‘사전 피해 예방’과 ‘기존 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이른 시일 내에 제도개선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한 조합이 추가로 설립돼 새로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규 조합 설립에 대한 기준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이를 위한 제도개선은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