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삽화·사진 곁들인 암송집

- 낯선 경전서 찾는 마음의 평온

종교 경전은 때로 어렵게 다가온다. 하지만 부담 없이 받아들이거나, 종교와 관계없이 좋은 말이라는 생각만으로 만나도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권희재 조이락 두 저자가 마음을 모은 ‘법의 꽃 피어나다-그림과 함께 보는 법화경 암송집’도 그렇게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은 법화경 주요 구절 108개를 모으고, 각 구절에 어울리는 불교 삽화와 그림 사진 등을 곁들인 작품집이다.

법화경 108구절을 편역한 권희재는 대승불교에 귀의한 평범한 재가 불자이다.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다. 원효 대사의 ‘법화경종요’를 번역해 출간했고 ‘간추린 법화경’을 편역해 펴냈다. 조이락 화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서양화가로 활동하던 중, 1999년 우연히 본 고려불화 수월관음도에 매료되어 서양화가의 길을 뒤로하고 불교회화를 다시 공부했다. 용인대학교 대학원에서 고려불화와 유물 재현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유물을 재현하는 기회를 가졌다. 11번의 개인전과 30여 회 초대전 및 유물모사작업 이력이 있다.

책 제목 ‘법의 꽃 피어나다’에서 법의 꽃이란 묘법연화경의 연꽃이기도 하지만, 부처가 법화경을 설하실 때에 하늘에서 무수히 비처럼 내렸던 만다라화기도 할 것이다.

조이락의 그림 ‘진달래 꽃비내리다’를 보면 법의 꽃을 만날 수 있을까. 이 그림은 그가 ‘만오천불도’를 그리는 작업을 할 때 받은 영감으로 태어났다. 조이락은 부처님의 백호와 육계에 수없이 많은 흰 점과 붉은 점을 찍던 중에 밖을 내다보았다.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화실 밖 보도블록 위에 떨어진 꽃잎들이 마치 점점이 그려진 부처님의 모습으로 다가온 감동을 표현했다.

조이락의 또 다른 그림 ‘자비의 손’은 양류관음도에서 관세음보살의 손만 그린 불화이다. ‘양류관음’은 버들가지를 들고 계신 관세음보살을 뜻한다. 조이락은 자비의 손길을 더 부각하기 위해 손만 따로 그려냈다. 고려불화의 색채·재료·기법을 그대로 고수하면서도 서양화적 색채 감각과 참신한 구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법화경 108구절과 조이락의 그림을 번갈아 보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