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구비용 5600만 원 들인 차주
- 금정구에 구상금 청구, 일부 승소

화물차 위로 떨어진 은행나무 가지 탓에 터널 시설물이 훼손된 경우 운전자만큼 가로수 정비 책임자인 지자체의 귀책사유도 크다는 판결이 나왔다. 가로수를 제때 다듬었다면 차량에 가지가 부러지는 등 운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었을 거란 취지다.

은행나무 가로수. 국제신문 DB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4-2부(이미경 부장판사)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가 부산 금정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금정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연합회가 청구한 금액 5600만 원의 40% 수준인 2200만여 원과 그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소송은 나뭇가지에서 비롯됐다. 2023년 10월 12일 오후 7시40분께 연합회 소속 볼보 트랙터는 컨테이너를 연결한 채 금정로(구서동~장전동)를 운행 중이었다. 당시 트랙터는 장전지하차도 산성터널 방면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차도로 삐죽 나온 보행길 은행나무 가지가 컨테이너 위로 떨어졌다. 운전자는 가지가 떨어진 사실을 모른 채 지하터널로 진입했는데, 가지가 터널 상부 슬라브에 달린 자동화재탐지와 접촉했다. 이 때문에 윤산·산성터널과 연결된 소방시설물과 케이블 등이 훼손됐다. 은행나무 가지가 떨어진 정확한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으나 연합회는 지난해 2~7월 공제회를 통해 복구비용 5600만 원을 지급해야 했다.

연합회는 도로·가로수 관리자인 금정구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은행나무가 차도 경계선으로부터 나무 줄기 중심까지의 거리가 0.58ｍ에 불과하고, 가로수 가지가 0.5m가량 차도로 삐져나와 지나가는 차량이 가지를 치고 가거나 부러진 가지가 지나가는 차량의 통행을 방해할 우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정구가 가로수를 잘 관리해 차량운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상 보도에 교목을 심을 때 이동차량 등의 물리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로에 접한 보·차도 경계선으로부터 가로수 줄기 중심까지의 거리는 최소 1ｍ 이상 확보돼야 한다. 반면 금정구는 운전자의 주행에 문제가 있었다고 반론했다. 트랙터는 전고가 보통 차량보다 높다. 그러니 트랙터 운전자에게는 일반 차량의 운전자보다 더 높은 주의 의무가 요구되는데,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는 커브를 돌며 차로 가장자리 부분으로 치우쳐 주행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연합회의 주장을 수용하는 한편 금정구 반론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 가로수의 높이나 가지의 크기 및 형상 등을 고려할 때 차량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도로와 가로수 사이의 거리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정구로서도 관내 도로에 심긴 모든 가로수의 상태를 제때 점검해 가지를 치는 등 완벽하게 관리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했다.